뒤처질까 불안에 자기계발 시도 잦은 야근에 점심시간 이용 눈치 “이직준비?” “딴짓한다” 핀잔도 “휴식 주는게 업무효율성 높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동호(40) 씨는 요즘 점심때만 되면 노트북을 챙겨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를 찾는다. 인터넷을 통해 중국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20분 정도로 학습 시간은 짧지만, 야근을 하는 날이 많고, 퇴근을 해도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따로 시간을 내기 버겁다.

김 씨도 처음에는 점심때 회사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이를 본 상사는 뜻밖의 지적을 했다. 김 씨의 상사는 중국어 공부를 하는 김 씨의 모습을 보고 “매일 일이 많아 팀 전체가 야근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자기계발이나 하고 있느냐”며 “혹시 이직 준비를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이후로 김 씨는 되도록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를 찾는다. 김 씨는 “예전과 달리 회사에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걸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며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다른 직원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처럼 직장 인근 카페에는 점심때마다 노트북을 펴놓고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는 상사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 아예 다른 약속이 있다며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과 달리 회사에서 직무와 연관이 없는 자기계발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성훈(32) 씨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느라 자연스럽게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이 됐다. 식당 대신 카페를 찾는 것도 6개월이 넘었다. 긴장한 채 상사와 먹는 점심 대신 혼자 느긋하게 점심을 즐길 수 있는데다 식사 후 카페에서 계속되는 상사의 잔소리까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상사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외국어 공부보다 영업사원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해 이 씨는 매번 점심 약속이 있다며 핑계를 대야만 했다. 그는 “예전에는 학원비도 지원하는 등 자기계발 지원을 잘 해줬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형식적인 인터넷 강의 하나뿐”이라며 “이대로 있으면 뒤처진다는 공포에도 회사는 당장의 수익만 신경 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반대로 점심시간만 되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기업 팀장 박모(48) 씨는 “점심식사 때 업무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같이하는 것도 조직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매번 빠지는 부하직원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자기계발은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심리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점심 시간에도 업무 관련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휴식을 주는 것이 업무 효율성도 높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