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는 언제나 선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은 아직 없다. 가상현실에서의 삶을 그리는 방식이 이용자 수 만큼이나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MMORPG 세상에서 선함은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치는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다른 이용자와 협동을 강조한 콘텐츠는 선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이용자를 공격하는 PK(플레이어 킬) 행위는 선하지 않은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하지만 게임이란 가상의 세계에서 역할(롤, Role)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자유도와 역할수행(Role play)이란 관점에서 PK를 요구하는 이용자의 목소리는 항상 존재한다.◆ 리니지와 PK와 카오
▲리니지 카오틱 성향치 설명(사진출처=공식홈페이지 갈무리)PK는 양날의 검이다. 대상의 동의 없이 공격하는 일방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넓은 세상을 탐험하는 경험을 핵심 콘텐츠로 삼는 RPG, 특히 많은 이용자가 한 공간에서 즐기는 MMORPG 장르에 있어서 소중한 콘텐츠이자 진입 장벽을 높이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탐험을 선호하는 이용자에게 불의의 습격은 치명적인 스트레스다.이런 PK를 게임 내 콘텐츠로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작품은 ‘리니지’를 꼽을 수 있다. △PK를 통한 육성결과의 실감 △성향치 시스템을 통한 페널티 부여 △페널티 해제를 위한 행위 △PK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과 대립 등 다양한 UX(이용자 경험)의 균형을 맞추고, 운영해온 실적 때문이다. PK라는 행위와 결과, 그에 따른 제약의 절묘한 균형은 PK를 성공적인 콘텐츠로 만든 이유라 할 수 있다.‘리니지’가 제시한 해법은 성향치 시스템이다. ‘리니지’ 이용자와 온라인 MMORPG 마니아에겐 ‘카오’로 더 익숙한 시스템이다. ‘성향치’는 개발사(혹은 기획-개발자)가 규정한 ‘선하지 않은’ 행위를 수치화 한 것이라 바꿔 말 할 수 있다.‘리니지’의 캐릭터는 로우풀(Lawful, 선한 캐릭터)-뉴트럴(Neutral, 중립 캐릭터)-카오틱(Chaotic, 악한 캐릭터)으로 성향이 분류된다. 이 중 ‘카오틱’은 NPC를 공격하거나, 다른 이용자를 PK하는 행위를 한 캐릭터가 빠지는 상태다. ‘카오틱’ 상태에서는 NPC와 거래가 중단되고, 마을 경비병 NPC에게 공격당하는 등 소통 콘텐츠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PK를 포함한 ‘리니지’의 여러 콘텐츠를 지켜본 게임학(ludology)의 세계적인 석학 에스펜 아세스는 “한국의 ‘리니지’는 게임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간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만들어낼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평가한바 있다.◆ PK, 대립과 결투 넘어 RVR로 진화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에 진영간 전투를 구현해 핵심 콘텐츠 삼았다PK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계륵 같은 존재다. 자유도를 중시하는 게임에서는 필요악일 수 있고, 어떤 작품은 PK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결이란 MMORPG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MMORPG는 어떻게 진화했을까.최근 출시된 MMORPG를 살펴보면 PK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1세대 MMORPG의 무조건 적인 PK에서, 상대의 의사를 묻고 대결하는 결투 시스템(PVP)으로 진화했고, 최근에는 이용자 집단을 둘 이상으로 나누어 진영간 대결(RVR)을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각 시스템의 차이는 UX 전달이다. RVR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악당이 되지 않고도 다수의 이용자가 대립하는 대규모 전투를 즐길 수 있다. 결투장은 육성의 결과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리니지가 PK 시스템으로 던진 물음
▲리니지M은 원작의 PK에 복수 시스템을 더했다지금까지 살펴본 PK는 사실 도태되는 콘텐츠라 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게임이 PVP나 RVR과 같은 우회적 방법으로 대결을 구현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MMORPG 속에서 ‘이용자는 언제나 선한가’라는 물음에 답은 ‘언제나 선하고 싶어한다’로 답할 수 있다.하지만 PK를 앞세운 ‘리니지’처럼 19년을 버텨온 작품의 존재는 ‘이용자가 원하는 역할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존중해야하며, 그 중에는 선하지 않은 악역도 가능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시하는 근거가 된다.물론, 이 물음에 정답은 지금도 많은 기획자들이 저마다의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있다. 1세대 온라인 MMORPG로 이제 모바일 플랫폼 진출을 앞둔 ‘리니지M’의 ‘복수 시스템’도 이용자의 선함은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답을 줄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참고자료· 엔씨소프트. 리니지 파워북, 카오틱 성향.· 이인화.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2005/08/05. 살림출판사.· Espen Aarseth, Game Trouble ; J. Murray ed., First Person(Cambridge: MIT press, 2004),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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