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방청객 퇴정조치에도 법정 난동 점차 심해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게 나라냐!”
28일 오후 2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24호 소법정. 방청객들이 내지르는 고성으로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중년 여성은 “X같은 놈, 천벌 받을 거다”라며 재판장에게 삿대질을 했고, 또 다른 여성은 “이게 나라냐”며 벽을 치고 오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38) 전 청와대 경호관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순간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 앞에 모여 “정치판사”라며 고함을 질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객들의 법정소란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共犯)들의 재판을 방청하며 재판부와 증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매주 4차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릴 때면 약 30여명의 열성 지지자들이 방청석을 메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드나들 때 일제히 기립해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구호를 외친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법정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립하지 말고 정숙해달라”고 당부하지만, 방청객들은 “왜 판사가 들어올 땐 일어나라고 하면서 대통령님이 들어올 땐 못 일어나게 하느냐”며 맞서고 있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라도 내놓으면 방청객들은 큰 소리로 항의한다. 지난 5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사람을 매도하지 말라”며 변호인단에 소리치자 방청객들은 ‘사기꾼’ ‘망나니’라며 욕설을 섞어 야유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공범(共犯)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비서실장이나 이 전 경호관의 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 전 실장이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피고인 신문을 받을 당시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방청석을 지키며 “실장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고 외쳤다.
재판부의 당부와 경고에도 방청객들의 법정 소란 행위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소란을 피운 방청객을 퇴정시키고 향후 방청을 금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지난 주에만 방청객 두 명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 남성이 “대통령님께 경례”라고 외쳤다가 법정에서 쫓겨났고, 이틀 뒤 또다른 중년 남성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변론할 때 “맞습니다”고 외쳤다가 퇴정조치 됐다.
법정에서 내보내는 것 외에도 재판장은 법원조직법(61조)에 따라 소란행위를 한 방청객을 20일 이내로 감치시키거나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재판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방청객을 감치시키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일부 방청객이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재판부가 감치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며 “자칫 선입견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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