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길 한가운데 쳐놓고 피서 4면 막고 낯뜨거운 애정행각 민원 급증에도 단속 쉽지않아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한강공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건 공원 곳곳 자리잡은 수십 개의 텐트였다.
시민들은 텐트 주변에 돗자리를 펴고 나들이를 만끽했다. 하지만 훈훈함도 잠시, 이 중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텐트도 상당수 보였다. 몇몇 텐트는 보행길 한 가운데 펼쳐진 상태였다.
아예 벤치 2개 사이에 터를 잡은 텐트도 있었다. 4면을 모두 막고선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일부 텐트는 늦은 밤 다시 찾아가도 손때 탄 흔적조차 없는 등 방치돼 있었다. 이 날 민폐 행위를 벌이던 텐트 주인 대부분은 “쉬러 온건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등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인식을 내비쳤다.
나들이차 한강공원을 찾는 ‘텐트 피서족’은 늘고 있지만, 시민의식은 아직 제자리를 걷고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도 꾸준히 나오지만 서울시도 뾰족한 수가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1일 서울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년 한강시민공원 내에 시민 불편신고는 1~3월 323건에 이어 4월 297건, 5월 379건, 6월 445건, 7월 444건, 8월 484건 등 햇빛이 강해질수록 느는 추세를 보인다.
본부 관계자는 “방문객이 급증하는 6~8월께 불편신고가 몰리는 건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이 가운데 여름철엔 특히 텐트 관련 민원도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강공원에서도 규정만 지킨다면 텐트 피서를 즐길 수 있다. 본부는 한강공원 잔디밭에 그늘이 적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텐트를 연중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시간은 4~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11~3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설정했다. 설치는 잔디밭과 지정 공간에만 가능하며, 텐트도 4~5명이 쓸 수 있는 소형(가로 3.0m 이내, 세로 2.5m 이내)만 허용했다.
또한 풍기 문란, 범죄 예방 차원에서 2면 이상은 반드시 개방하도록 했다. 규정을 어길 시 매겨지는 과태료는 최대 1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규정들이 모두 무용지물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 30일 오후 다시 찾은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이도윤(43) 씨는 “규정을 다 지키는 텐트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라며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함께 온 박지희(40ㆍ여) 씨는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 해서든 망신살을 주고 싶은 텐트가 많다”며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싶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본부 측도 이런 상황을 알고는 있으나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본부 소속 자원봉사자 A 씨는 “규정을 안 지키는 텐트가 너무 많아 사실상 손 쓸 방도가 없다”며 “술 취한 시민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대응 방도가 없어 계도조차 꺼려진다”고 했다.
본부 관계자는 “결국 시민의식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캠핑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난지 지역 등의 캠핑장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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