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기업에 대해선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고소득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서민층을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초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지금 우리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고리 약화 등 구조적ㆍ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네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 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를 구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세정책도 이러한 경제 및 재정정책 방향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저성장ㆍ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에 역점을 두는 한편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위한 세입기반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의 해외이전과 고용없는 성장의 심화 등으로 청년층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는 등 경기회복의 온기가 사회전반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체감실업률은 23~24%선을 지속하면서 청년 4명 중에 1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의 질은 더욱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2분기까지 1년간 내리 감소했고, 자영업자는 반대로 같은 기간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취약계층의 경제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2003년 이후 최소폭인 0.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5.6% 감소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소득 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 분배지표도 개선되지 못했다.

정부가 2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이른바 ‘부자 증세’로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른 따른 세수효과를 보면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고소득자의 경우 연간 2조5700억원, 대기업은 3조7000억원의 세부담이 늘어나지만, 서민ㆍ중산층에게는 2200억원, 중소기업에는 6000억원의 세부담이 각각 경감된다.

구체적으로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세 세율조정으로 1조800억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율조정으로 4000억원,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로 1400억원의 증세효과가 기대된다. 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강화 및 양도소득세 감면축소 등으로 9500억원의 증세효과가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 신설로 2조5500억원,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및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로 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으로 5700억원의 세금이 각각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서민ㆍ중산층의 경우 근로ㆍ자녀장려금 지급 확대로 1400억원, 중소기업 취업근로자에 대한 세제지원 기간 연장으로 1000억원의 세금부담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은 고용증대세제 신설로 3800억원, 각종 지원체계 개편으로 700억원의 세금부담 경감이 예상된다. 중견기업을 포함할 경우 고용증대세제로 인한 세부담 경감액은 53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에 확정한 세법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다음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시행된다. 일부 세목의 경우 내년 실적을 기준으로 2019년에 납부하게 돼 효과가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국회 통과 여부다. 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증세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야당에서는 이에 대한 고소득층 및 대기업의 거부반응을 극대화하며 정치적 입지 강화의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많다. 늘어나는 복지 및 일자리 재정수요에 대응해 재정확충은 필수적이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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