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김과장’ ‘쌈, 마이웨이’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 기대 받은 ‘맨홀’은 앞선 두 작품보다 훨씬 가벼운 웃음, 보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청자들과 만났다.9일 밤 첫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하 ‘맨홀’)은 주인공이 오래도록 사랑해 온 여자의 일주일 뒤 결혼을 막고자 타임슬립을 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이야기다. 1회에서의 봉필(김재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강수진(유이)의 결혼을 막으려 하지만 마음 뿐이다. 행복해야 할 웨딩촬영 때도 웃지 못한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강수진은 봉필의 한마디를 기다리는 듯 잔인하게도 청첩장까지 내밀지만 봉필은 뜬금없는 소변 얘기만 한 채 도망친다. 맨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야 사랑한다 절절한 고백을 하던 봉필은 타임슬립으로 고대하던 기회를 얻는다. ‘맨홀’은 첫 회이기에 주요 등장인물들을 고루 소개해야 하는 점과 더불어 봉필의 간절함을 설명하고자 편성시간을 봉필의 좌충우돌 ‘강수진 쫓기’로 꽉 채웠다. 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두서 없고 산만하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배우 김영옥의 찰진 내레이션이 붕 뜬 분위기를 정리하며 극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다행인 점은 소위 ‘연기구멍’은 없다는 점. 청춘드라마인 만큼 젊은 연기자들이 포진했지만 연기력은 첫 회부터 입증됐다. ‘맨홀’의 봉필로 나선 김재중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싶을 정도다. 강수진(유이)의 함이 들어오는 날, 만취해 판을 깨고 담배꽁초에 목매고 수진의 결혼을 막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철딱서니 없는 고시생의 봉필 그대로다. 삼선 슬리퍼를 신고 수진의 결혼을 막겠다고 온 동네를 내달리다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김재중은 봉필에 완벽히 빙의해 앞으로의 ‘맨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그간 사랑스러운 역을 주로 맡아왔던 정혜성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걸걸한 윤진숙 역으로, 바로는 생각하는 대로 툭툭 뱉어 매를 버는 입 가벼운 조석태로 극을 더욱 발랄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유이는 고군분투가 보인다. 그동안 ‘결혼계약’ ‘불야성’ 등 다소 무거운 작품에서 열연해왔던 그는 간만에 밝은 청춘드라마로 분위기 변신을 꾀했다. 또 '맨홀'은 사극, 현대극 할 것 없이 주로 무거운 주제를 다뤘던 상반기 드라마들과 달리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 점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지, SBS '엽기적인 그녀'처럼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포인트로 작용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봉필의 진심어린 고백만을 기다리는 게 역력히 보이는 강수진, 28년간의 사랑을 거머쥘 기회를 잡은 봉필. 맨홀을 통한 타임슬립이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그려낼지, 또 두 사람 주변의 청춘군상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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