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일(대구) 기자]경북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가 지난 24일 여성 학도병 1호 출신 박(83)모 할머니를 찾아 위로와 함께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 미담이 되고 있다.
농암파출소는 한국전쟁 발발 64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날 혼자 쓸쓸히 노후를 보내고 있는 여성 학도병 출신 박 할머니를 찾아 위로했다.
농암파출소가 박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게 된 것은 지난 1월 중순. 추운 날씨에 전동차에 의지한 채 길을 가고 있던 할머니를 농암파출소 임장호, 차태현 경위가 눈여겨 본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순찰근무 때마다 박 할머니의 집에 들러 말벗도 해드리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갔으나 할머니는 유독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삶’이라며 말을 아꼈다.
더욱이 문경지역 출신이 아니어서 이웃과 왕래도 적어 주변을 수소문해도 할머니의 개인사를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3월 중순경, 임장호, 차태현 경위는 할머니 댁에 찾아갔을 때 우연히 방바닥에 놓여있던 ‘태극기가 새겨진 뱃지’를 발견하게 됐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박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박 할머니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고 충청도 서대산 전투에 여성 학도병 1호로 참여했다. 2년 6개월 동안 전쟁터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 후, 몸에 남은 총상 자국과 전쟁터 한복판에서 느낀 마음아픔으로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힘들었다고도 했다.
학도병으로 참전해 군번을 부여받지 못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다 6년 전에야 비로소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마음의 한을 풀었지만 여전히 월세방을 전전하는 곤궁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농암파출소는 할머니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자 주변에 박 할머니의 사정을 알리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건강관리를 위해 국가보훈처와 협의해 대구보훈병원에 무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남은 여생을 손때 묻은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할머니의 바람으로 대구보훈병원 무료 입원치료는 이뤄지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농암파출소는 박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더욱 자주 찾아 말벗을 해드리고 집주인에게 월세방 기한연장을 요청했다. 조금이라도 덜 적적하도록 유선방송을 연결해 드리는 등 따뜻한 관심의 손길도 이어왔다.
문경경찰서도 이를 알려 6월 ‘아름다운 동행’ 대상으로 박 할머니를 선정해 직원들의 성금으로 생필품을 전달했다.
김청수 문경경찰서장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박 할머니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뜻 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지역에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찾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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