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다 남은 음료 쓰레기 해결에 나선 직장인 모임 -정식 도입에 자치구는 부정적…“관리 문제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5년차 직장인 정현준(33) 씨는 얼마 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마시다 남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쓰레기통 옆에 반으로 잘린 페트병이 거꾸로 붙어 있고,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라는 팻말을 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페트병 입구엔 호스가 연결되어 버려진 음료가 자연스럽게 하수구로 연결되도록 했다. 페트병 윗부분은 망으로 덮여 있어 이물질이 호스를 막거나 하수구에 들어가지 않도록 돼 있었다.
정 씨는 “평소에 마시다 남은 커피나 음료를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것이 죄책감이 들었는데 페트병에 음료를 버리고 버리니 훨씬 마음이 가볍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쓰레기통 옆에 부착된 작은 페트병은 한 공익광고 모임이 먹다 남은 음료 쓰레기에 대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해결하고자 기획한 캠페인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 버려주세요’(저음비버)의 일부다.
광고에 관심 있는 직장인 3명이 모여 만든 공익광고 모임 ‘그냥 지나치시다니 지나치십니다’(‘그지’)는 지난 13일 홍대입구역에 처음으로 저음비버를 설치한 후 지금까지 전국에 총 네 곳에 설치했다.
이들은 남은 음료 쓰레기에 대한 뉴스를 접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페트병을 하수구에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시안 제작부터 저음비버 설치까지 한 달여 간의 시간이 걸렸다.
캠페인 공동기획자인 아트 디렉터 최인철(36) 씨는 “남은 음료 쓰레기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작은 변화로 시민 행동을 유도할 수 있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 가운데 적합한 곳을 골라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캠페인 모임 측이 저음비버를 설치한 후의 모습을 관찰한 결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남은 음료와 일회용 커피컵을 분리해 버리는 등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 구역의 환경미화원들도 저음비버에 관심을 보이며 페트병의 망 관리를 돕기도 했다.
캠페인 모임 측은 이틀에 한번씩 저음비버 설치 장소를 방문해 모니터링을 하면서 보완할 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소외받는 공중전화 프로젝트’나 쿨비즈를 홍보하는 패러디 광고 등을 제작하는 등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공익광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아이디어가 정식으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시도는 좋지만 사후 관리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페트병 주위로 더 지저분해진다거나 일부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페트병에 버리는 등 관리 문제가 오히려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대 지역 특성 상 유동인구가 많고 취객이 많은 탓에 페트병이 파손되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시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홍대 지역엔 한 곳만 온전히 남은 상태로 나머지는 파손돼 보수에 들어갔다.
캠페인 공동 기획자인 직장인 강성진(31) 씨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보완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규모로 저음비버를 설치하더라도 남은 음료 쓰레기에 대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국민의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지’ 측은 조만간 연남동의 일명 ‘연트럴파크’에도 저음비버를 설치할 계획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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