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화성12형’과 관련된 입장을 공식 발표했으나 우리 정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폭탄 투하까지 강행하며 북한 도발에 대응했지만, 북한은 이 역시 가타부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대화국면이든 제재국면이든 한국을 무시하는 북한의 ‘통미봉남’ 외교전략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대북정책에서 운전대를 잡으려는 새 정부의 목표와 달리, 현실 여건은 갈수록 혹독해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지난 26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사흘 만에 침묵을 깨고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화성12형 발사 성공을 적극 홍보하면서 미국을 향해 날 선 비난을 내놨다. ‘한일합병’ 등 과거사와 함께 일본도 공식 언급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없었다. 이번 미사일 도발을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 대한 무력시위”라고 평가하는 데에 그쳤다.

특히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북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유례없이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그 후속조치로 군은F-15K 4대를 출격, MK-84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강행했다. 기존보다 강도를 높여 강경한 무력 대응에 나선 우리 정부였지만, 이날 북한은 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강력한 응징을 보였음에도 정작 ‘응징 당사자’는 관심이 없는 형국이다. 정부의 갖가지 대북 대화 제안과 마찬가지로 제재 카드 역시 북한은 현재 한국을 염두하지 않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 27일 북한 노동신문은 ‘제 푼수도 모르는 가소로운 대화의 조건 타령’이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에서 “우리에게 대화 제의를 한번 하자고 해도 멀리 미국에까지 찾아가 백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남조선 괴뢰들의 운명”이라고 깎아내리기도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대화와 제재가 수시로 뒤바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후 강력한 응징을 강조하면서도 “이럴수록 남북관계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제재 속에도 대화 끈을 이어가야 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문제는 대화나 제재 카드 모두 북한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대화 카드도 제재 카드도 모두 실효성 없는 전략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일 양국은 친밀한 공조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북한 도발 직후 전화통화를 갖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는 데에 입장을 같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한 건 이번이 9번째다. 발사 당일 한국과 미일 정상 간 전화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