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회장 젊은한화 선언이후 정시퇴근·안식월 안착 대변화 매주 금요일 서울 장교동 (주)한화 사무실에선 오전 10시30분과 오후 5시 사내방송이 두 번씩 울려퍼진다.
“안녕하세요 ○○팀 ○○○팀장입니다. 임원분들 팀장님들, 혹시 오늘 후배 직원들이랑 저녁 드실 생각하고 계신가요? 제발 일찍 귀가하셔서 집에서도 사랑받는 한화인이 되시길 바랄께요!” 팀장의 재치있는 멘트에 사무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들린다. 예전엔 일찍 퇴근하라 해도 상사 눈치 보며 머뭇거리던 직원들이 이젠 ‘땡 치면’ 회사를 나서는 게 자연스럽다.
한화그룹이 ‘젊은 한화’를 선언하며 조직문화의 대대적 혁신을 시도한지 1년 여가 되어가면서 선진 조직문화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의 화두인 이른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 Life Balance)’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창업시대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안의 ‘젊은 한화’를 깨워야 한다. 조직의 노화를 부추기는 관료주의ㆍ적당주의ㆍ무사안일주의를 배척하고, 세월을 거슬러 영원한 청춘 기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 한화가 꿈꾸는 모습”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승진자 안식월(月)’과 같은 파격적인 조직문화 제도를 꺼내들었다. 흔히 ‘가정의 날’로 불리는 정시퇴근 제도도 계열사별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다듬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태 성공률을 높였다. 위에서 내리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에 기반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이뤄진 변화여서 호응이 더 컸다.
(주)한화는 단 1년 여 만에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진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홈 데이(Home Day)’,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팀장들이 솔선수범 정시퇴근하는 ‘리더스 데이(Leaders Day)’ 등 주 2회 정시퇴근제도가 완전히 안착했다. 수요일은 점심시간이 두시간이라 퇴근시간이 1시간 늦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이자 화약, 방산, 기계 등 중후장대 업종에 속해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이 회사는 이제 신입사원부터 팀장까지 매주 금요일 1분 간 마이크를 잡고 정시 퇴근의 중요성에 대해 사내방송을 할 만큼 조직분위기가 유연해졌다.
(주)한화 관계자는 “사실 정시퇴근 제도는 2011년부터도 있었지만 윗사람 눈치 보는 문화가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젊은 한화’ 선언 후 사내방송을 하면서부터는 점차 자연스러워져 이젠 정착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시퇴근을 위해 업무 시간에 몰입해 일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다른 요일 퇴근시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화의 결과는 생산성 향상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가족과의 저녁식사 시간이나 취미생활 기회 등이 생기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일ㆍ가정 양립과 자기계발 시간이 확대되자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 근무 집중도도 더 높아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이외에도 과장 이상 승진시 한 달 간 휴가를 주는 ‘안식월 제도’, 직원들이 적성에 맞는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잡 마켓’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 정착시키고 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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