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대통령과 야당 대표로, 결국 또다시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얄궂은 운명이다. 동시에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그 첫 전장(戰場)도 하필 대선이었다. 그 뒤로 두 정치인은 정치인생 굴곡마다 함께 했다. 동지로, 적으로, 다시 동지로, 그리고 다시 적으로, 어찌 보면 피아 구분조차 어려운 정치사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릴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최대 관심은 문 대통령과 안 대표에 쏠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하면서 안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야당을 대표하는 격이 됐다.
안 대표는 당 대표 취임부터 ‘선명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동에서도 이를 명확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안 대표는 국민의당 중진 의원과 만나 이날 회동 의제 등을 논의했고, 외교ㆍ안보라인 전면 교체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도 지속적으로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해왔으며, 최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비롯한 외교 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새 정부로선 현재 가장 난감한 대목을 집중 겨냥할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이날 참석자 중 유일한 새 맴버이기도 하다. 추 대표나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이미 한차례 문 대표와 청와대 회동을 가졌다. 당시 분위기도 덕담과 선물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했다. 첫 만남이란 성격 탓도 있었으나, 참석자의 면면 역시 특별히 문 대통령과 민감한 대목이 없었다.
안 대표과 문 대통령의 인연, 혹은 악연은 다르다. 두 정치인 모두 18대 대선에 도전장을 내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당시 후보 통합 난항을 겪으면서 안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대선행을 양보하며 분루(憤淚)를 흘렸다. 낙선 후 진영ㆍ지지세력 간 극심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도 거셌다.
지난 총선에선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겪은 문 대통령을 향해 안 대표는 ‘탈당ㆍ창당’이란 비수를 연달아 꽂았다. 19대 대선에선 아예 대선 후보로 맞붙었다. 토론회에서도 두 정치인은 서로의 정치사를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대선 후 이대로 각자의 길을 걷는가 싶던 정치사는 이내 다시 조우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통해 야당 대표로 복귀하면서다. 새 대통령과 새 야당대표로 이별하기 무섭게 다시 만난 두 정치인이다. 그리고 안 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부결 등을 통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선 결과만 보자면 문 대통령이 승자이나, 현실은 또 묘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국민의당이 쥐고 있는 탓이다. 안 대표의 협조가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다. 이날 회동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지 여부도 사실상 안 대표의 입장과 반응에 달렸다. 최소한 앞선 당 대표와의 회동처럼 이날 회동은 덕담이 오가는 수준에 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떤 결론이든 후일담만큼은 무성할 회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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