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vs 중국… LNG선·메가컨선에 ‘드릴십’까지 시장 내줄 것이란 우려 - 조선업 맏형 현대重 컨테이너선 수주전 패배 ‘뼈아파’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017년은 한국 조선 산업 역사에 ‘아픈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제조업 강국의 한 축을 담당했던 조선산업이 중국에 뼈아픈 수주전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때 일어났던 유사증상이 중국으로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2017년 현재 반복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방향성은 정해졌다. 관건은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여부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가 압도적 경쟁우위를 보여왔던 드릴십시장에 중국 조선사들이 관심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의 대형 조선3사의 드릴십 기술력이 중국 조선사보다 훨씬 앞서있어 드릴십 수주경쟁에서 당분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국 조선사가 중국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어 마냥 낙관키는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지난 26일 “시추기업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드릴십(시추설비) 2기를 발주하기 위해 중국 조선사인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CMHI)와 협상하고 있다”며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중국정부의 금융지원 때문에 중국 조선사를 선택했으며 한국조선사는 드릴십 건조에 너무 높은 가격을 불러 포기했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몬드오프쇼어가 발주하려는 드릴십은 계약규모가 6억~7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심해용 대형 드릴십이라고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전했다. 이 드릴십은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 쉐브론이 용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발주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오프쇼어는 당초 드릴십 건조에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유럽의 조선사에 먼저 드릴십 발주를 문의했다. 하지만 한국과 유럽 조선사 등이 드릴십을 건조하는 데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중국 조선사에게 협상기회가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 중국이 이번 건과 같은 대규모 드릴십 건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향후 협상 진행상황은 지켜봐야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올들어 있었던 한국 조선업과 중국 조선업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잇따라 패하고 있는 상황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예컨데 9월 중순 프랑스 해운사 CMA-CGM은 중국 후동조선(5척)과 상해외고교조선(4척) 두 곳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선박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 척당 가격은 1826억원(1억6000만달러)으로 총 수주 금액은 1조6434억원(14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공식 계약서 체결은 지난 9월 하순께 이뤄졌다.
이번 계약이 한국 조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다각도로 크다. 중국은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제작해본 경험이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삼성중공업이 현재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보유 신기록을 가지고 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2만 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수차례 건조한 바 있다. ‘최대 컨테이너선’ 신기록은 한국 조선 3사가 번갈아가면서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중국이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를 완료할 경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신기록’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 조선사가 CMA-CGM이 발주하는 메가컨테이너선을 수주해가면서 한국 조선산업은 충격에 빠졌다. 기술력에 있어선 중국에 비해 여전히 3~5년 가량은 앞선다고 판단하고 비교적 낙관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선 현대중공업이 이번 계약건을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과거 CMA-CGM과 계약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과거 계약발주를 했던 ‘트랙레코드’가 수주에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친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가 “현대중공업이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수주의 주인공은 결국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수주의 성패를 가른 것은 가격이었다. 중국 조선사들은 척당 1억6000만달러를, 현대중공업은 1억7500만달러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제공하는 선박금융 지원은 발주처 입장으로선 가격 이점을 넘어서는 호재로 읽혔다.
올들어 중국 조선사와의 수주 경쟁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말 중국 조선사와 삼성중공업은 야말프로젝트에 사용될 LNG선박 4척에 대한 수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그러나 결국 LNG선 4척은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해갔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의 패배보다는 현대중공업의 패배가 한국 조선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중국의 정부 자본이 야말프로젝트에 약 30% 가량 투하돼 중국 조선사가 LNG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애초부터 컸다면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산업에 위 두 수주 실패엔 공통점이 있다. 중국에 뺐긴 물량이 ‘고부가가치 상품’이란 점이다. 그간 중국 조선사들은 국제 입찰 무대에서 주로 벌크선이나 중소규모의 유조선 등을 저가 입찰로 많이 수주해갔다. 그러나 LNG선이나 메가컨테이너선의 경우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에 한번도 내줬던 적이 없는 영역이다. 그러기에 한국 조선사들이 받는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도 여전히 한국의 기술력 우위가 중국 대비 3~5년 가량은 앞서고 있다”며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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