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ㆍ배두헌ㆍ이수민 기자] 지난밤 서울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지하 1층 대합실은 ‘물바다’가 됐다. 오후 10시10분께 1번 출구쪽 인근 건물과 대합실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 현장을 통해 많은 양의 빗물과 흙이 유입된 것. 일부 지역에는 5㎝ 높이로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서울메트로 측이 모래주머니를 쌓아 빗물을 막아 물을 빼냈지만 이미 귀가 중이던 수많은 시민이 빗물에 발을 담근 뒤였다.

2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일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상습 침수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 해 상습침수로 피해를 입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서둘러 재해 예방 사업을 진행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맛비가 쏟아지면 뻔히 수해가 발생하는 지역인데도, 장마가 임박해서야 공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습 침수지역 주민들은 불신과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2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가는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로 술렁였다. 이 동네에 거주하는 정미자(52ㆍ여) 씨는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며 몇해 전 허리까지 비가 차올랐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 씨는 “비가 오면 물이 별안간 들어온다”며 “보상금 받는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처럼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큰 두려움에 빠진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천 재해예방사업 침수방지공사 현장, 이미 전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 지역의 침수 예방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천 재해예방사업 침수방지공사 현장, 이미 전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 지역의 침수 예방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 반지하 주택이 많은 주택가에 거주하는 박원용(75) 씨도 “매 해 물이 넘칠때마다 방까지 침수돼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비만 오면 걱정이 크다”며 “밸브를 잠궈야 물이 역류하는 걸 막는데, 맞벌이하는 집은 밸브를 잠글 수 없어서 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에서 주택가에 역류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풍수해 보험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주택 입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하거나 펌프나 밸브 등을 구비했다 물이 차면 동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수해 복구에 참여하지만 모두 ‘사후대책’이라는 것. 지난 해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한 주민은 “비가 와서 다 휩쓸고 간 후에 달려와서 고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하수도 시설을 미리미리 정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재해예방 사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의 수원천 재해예방사업 침수방지 공사는 지난달 말 완료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장에 모인 일부 주민들은 “지난 해 하천의 다리가 다 떠내려와서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공사가 멈춘지 한 달이 넘었다” “이런 식으로 공사하면 장마철이 됐을 때 또 다 쓸려내려갈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공사업체의 현장소장은 “이번 주말까지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이미 침수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늦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하수관로 준설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관로를 오래 사용하면 빗물과 함께 흙이 들어오는데, 단기적으로는 장마철 이전에 하수관로 준설을 끝내고, 저지대는 펌프장 가동 점검과 예행연습 등을 미리미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또한 “장기적으로는 침수위험이 있는 지역에 시설 기준을 향상시키더라도 수년 내에 펌프장과 관로 등을 증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