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요구에도 ‘이행강제금’ 내며 수년째 유지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최순실 씨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불법으로 가족 묘지를 조성하고도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면서 수년째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가족 묘지를 설치할 때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순실 씨 측은 허가없이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한 야산에 가족 묘역을 조성했다. 총 720㎡ 규모인 묘역에는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와 생모 임선이 씨가 합장돼 있다. 최 씨 가족의 묘역은 면적 100㎡ 이하, 봉분 높이 1m 이하 규정을 위반한데다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을 불법 훼손(산지관리법 위반)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황 의원은 밝혔다.

처인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 씨 측에 이장을 요구하며 행정 처분을 경고해왔다. 처인구청은 이달 말까지 묘지 이전 및 임야 복구를 요구하고 미이행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행강제금은 1회 500만원, 연간 2회 부과할 수 있다. 최 씨 측은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은 것을 알려졌다.

재벌 총수도 불법으로 조성한 가족 묘지를 이행강제금을 내며 유지하고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005년 경기 양평군청이 부친인 정세영 전 회장의 무허가 불법 묘지 조성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버티기고 있다. 정 회장은 2015년 12월 장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을 냈다. 이후에도 양평군청이 수차례 묘지 이장을 요구했는데도 이행강제금만 내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불법 분묘 조성에 주차장까지 만들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1991년과 1999년 경북 청도군 소재 농경지에 지자체 허가없이 불법으로 부모 합장 묘역을 만들었다. 이곳은 등기부등본상 ‘전(田)’으로 규정돼 묘지는 물론 주차장이 들어올 수 없다. 청도군청은 지난 1월 담 회장 측에 묘지를 이장하고 토지의 원상 복구를 요청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2015년 경북 포항에 창업주인 이임용 전 회장의 묘지를 불법으로 조성했다. 포항시청은 “태광그룹 묘지 조성과 관련한 기록된 내용이 없어 신고되지 않은 묘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황주홍 의원은 “농지나 임야에 불법으로 묘지를 조성하더라도 연간 최대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벌금 부과 외에 행정당국이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극적인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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