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보ㆍAIA생명 등에 3년간 총 52건 팔아 -‘국민 권리’ 보호 강조한 건보공단과 상반돼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최근 3년간 ‘공공데이터’라는 이유로 진료내역 등이 담긴 개인 의료정보 6420만건을 민간보험사에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권리 보호’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상반된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KB생명보험, AIA생명, 흥국화재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와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에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2건, 약 6420만명의 개인 의료정보를 팔아 넘겼다.
심평원이 판매한 정보는 ‘표본 데이터셋’이다. 이는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해 구성한 비식별화된 자료다. 하지만 성별, 연령 등 개인신상뿐만 아니라 진료행위와 진료내역, 원외처방내역 등 의료정보도 담고 있다.
심평원은 표본 데이터셋을 제공할 때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목적으로 사용이 불가하다’는 서약서만 받고 있어 민간보험사 등에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민간보험사는 진료환자분석, 보험상품 연구 및 개발, 위험률 산출 등 정책 및 영리목적으로 이들 자료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의 개인 의료정보 매매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금지돼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3월 보험연구원이 요청한 ‘노인코호트’ 자료에 대해 ‘정책ㆍ학술용으로만 자료를 제공하고 민간에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의거해 제공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특히 민간보험사에 대해 ‘공공데이터 이용 및 제공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개인 의료정보 제공을 불허하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특정질환유병자, 기왕력자, 위험요인보유자에 대해 보험가입을 차별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정춘숙 의원은 “심평원은 빅데이터가 비식별화된 자료더라도 민간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제3자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심평원은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 제공을 즉각 중단하고 제3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