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요자들은 울상, 다주택자들은 버티기 - 盧의 실패, ‘버티면 된다’는 신념으로 - 수요 죽이는데, 공급이 늘어날까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정부가 새로운 가계부채ㆍ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빚을 내 부동산을 사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부동산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예고였지만, 수요억제정책의 한계는 분명한 까닭이다.

수요억제책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이 부동산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실패했던 집값 잡기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버티면 된다’는 신념을 심어줬다.

25일 강선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시절, 강남 잡으려다가 전국이 흔들렸다”며 “그때의 기억이 악몽처럼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수요ㆍ공급자 정서상으로 가능할 수가 없다”며 “과거 정책과 비슷하다는 심리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했다.

똑같은 생각이 이번에 발표한 신(新) DTI와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회의론자의 설명이다. 수요억제책을 한번 버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번이라고 못 버티겠느냐는 의문이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주택자는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다”며 “빚 규제가 생겨도 월세나 전세로 돌리고 버티면 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피해는 실수요자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속칭 ‘있는 사람들’은 돈줄을 죄도 기다릴 수 있다. 문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사지 말고, 팔라’는 정부와 버티겠다는 다주택보유자 사이의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 사이 낀 사람들은 실수요자다. 예고된 거래절벽과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과거 실수요자들은 자기 자본이 많지 않아도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손쉽게 주택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경제 성장률도 긴축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규제정책에도 그런 고심은 드러난다. 단기 성장률을 염두에 두다 보니 예상만큼 강력한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살핀다면서 대책의 발표 시기를 여러 차례 미뤄왔고, 최근엔 3% 성장률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이번 대책에서도 기득권은 건드리지 못했다. 규제 측면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다주택자 대상 신 DTI 규제는 신규 대출부터 적용된다. 기존 다주택자는 대출을 더 받지 않으면 만기 연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올해 초 은행권 여신심사 기준에서도 그랬다. 버티는데 무리가 없다.

앞서 발표한 8ㆍ2 부동산 대책도 수요억제책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를 대폭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집단대출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 투자 욕구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논리였다.

그로부터 2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부동산 시장 동향은 역시나 관망세다. 버티기가 시작된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래는 확실히 둔화했지만, 가격 재편은 크게 이끌지 못했다”며 “서울 등 주요지역에서 가격하락은 이번에도 크게 없을 것이다”고 답했다.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팔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가격 하락이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란 설명이다.

수요억제책이 오히려 공급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 대변인은 “수요와 공급은 상호작용한다”며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기는데, 이렇게 수요를 죽이면 공급이 어떻게 생기냐”고 했다. 이어 “대출규제하고 수요억제해서는 절대 못 잡는다. 일시적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8ㆍ2부동산 대책 영향과 공공 공사 발주 감소 등으로 지난 8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이 작년보다 줄었다. 대한건설협회가 앞서 조사ㆍ발표한 국내 건설수주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은 총 14조4577억원으로 작년(15조3809억원)보다 6.0% 감소했다. 최선책인 공급 증가를 수요억제책이 가로막는 모양새다.

전 대변인은 “빈대(다주택자)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며 “노 전 대통령이랑 똑같이 가는 것 아니냐. 시장논리에 정치논리를 개입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더 세게 수요억제책을 펼치니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을 잡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다”며 “그런데 이를 이상하게 꼬아서 (수요만으로) 간다”고 비판했다.

필연적으로 점쳐지는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금리 인상으로 하방압력이 강해질 것이므로 정부가 억제책을 끝까지 지속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금리는 결국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인상 한번은 버티겠지만 두 번째부터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는 올라갈 텐데, 부동산 경기까지 죽이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소리다.

그는 “부동산과 금리 등 세부내용을 각각 따로 미시적으로만 보는 것이 이번 정부의 특징이다”며 “거시적으로 봐서 터줘야 할 부분은 터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 살려야 할 때인데, 전면적으로 기업 죽이고 부동산 죽인다”며 “왜 거꾸로 가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