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ㆍ중 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가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던 국내 배터리업계가 중국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성급한 낙관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양국의 정치적 관계개선이 곧 배터리 제품에 대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한다는 의견이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배치 이후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으며 국내 배터리업체를 압박해왔다. 작년 말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 규정을 공개, ‘안전’을 빌미로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제품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어 올들어 중국 정부는 올해 총 9차례 발표된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에서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들을 모두 제외시켰다.

세계 최대 배터리 시장인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던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중국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위기를 맞았다. 국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중국 수출길이 막혔고, 현지 공장은 주문량 감소로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LG화학의 중국 남경 배터리 공장은 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 제한되면서 가동률이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를 맞았다. LG화학은 올 초 가동률이 20%까지 떨어진 남경공장에서 미국과 유럽에 납품할 제품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생산,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해 초부터 중국의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 설립한 배터리 팩(pack) 생산 법인인 베이징BESK테크놀로지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내 전기차로의 배터리 팩 공급 판로가 사실상 막히면서다. 서산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 물량은 중국 대신 유럽과 국내 업체에 공급, 중국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고 있다.

‘사드 해빙기’를 맞은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은 배터리사업 확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장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양국 관계 개선이 중국 사업 정상화로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답을 내놨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으로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함께 가야하는 주요 시장”이라며 “한중관계 개선은 배터리 산업에도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드와 중국 사업을 직결된 문제로 보는 것은 외부의 시각으로, 현재 상황이 반드시 개선될 지는 미지수”라며 “이달 초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포함 여부를 보면 그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산 배터리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당장 중국 사업 정상화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이후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셀 공급자를 선정하고, 이후 업체는 셀 및 팩 등 생산 라인 정비 등의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공장의 재가동이나 수출 재개, 신규 투자 등에는 다소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