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고려않고 업체수·할인폭 치중 ‘코리아세일페스타’ 2회째 실적 부진 ‘전통시장 살리기’도 이렇다할 성과없어
“유통업체 몇개 묶어 놓고 ‘오늘부터 이렇게 싸게 팔아라’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유통업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 정책이에요. 그건….” (백화점 업계 관계자)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이 싸다는 이유로, 매장이 깔끔하다고 쇼핑채널을 선택하지 않는다.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갖춘 가성비 제품에 지갑을 연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들은 이 같은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종 정책들은 전반적으로 외형 갖추기에만 급급했다. 자연스레 2%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소비시장을 살리겠다며 진행하고 있는 각종 유통 정책들이 최근들어 참패를 면치 못한 이유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대표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올해 신설 점포 제외)하는데 그쳤다. 추석 연휴 영향으로 식품 매출이 29.7% 급증했지만, 다른 부문은 실적이 하락했다. 백화점 판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패션과 잡화 매출은 각각 1.5%, 3.1% 줄었다. 남성패션 매출이 4.5% 증가한 것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정도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해외패션(3.8%)ㆍ리빙(3.3%)ㆍ영캐주얼(1.0%) 부문은 매출이 증가했지만, 나머지 부문은 답보상태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특수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정부가 판매하는 상품과 소비자 심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업체 모집과 할인폭 낮추기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참여 업체수가 늘었다. 지난해는 유통 211개, 제조 93개, 서비스 37개 등 총 341개사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서비스 상품 100개가 더해져 400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한계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홍보를 위한 구색맞추기였을 뿐, 소비시장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업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조그만 의원의 건강검진 상품이나 정부기관ㆍ박물관 등도 행사 참여업체로 등록돼 있다.
정부의 영세상권과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의 현대화에만 정부가 급급할 뿐, 내용 살리기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기헌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년 간(2012년~2015년) 1조7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사용했다. 이 기간 전국의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 2012년 20조1000억원에서 2015년 21조1000억원으로 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물가상승률 수준의 매출 성장세로 사실상 전통시장은 성장하지 않은 셈이다.
일선 전통시장 내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했다.
2015년 기준 전통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업체는 전체의 61.8%에 불과했다. 고객 주차장을 마련한 경우는 59.7%, 물품 교환이 가능한 업체는 전체의 63.2%, 환불 가능 업체는 52.5%로 소비자 편익에 있어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통해 그나마 생긴 이득도 상가를 소유한 ‘건물주들’에게 돌아갔다. 5년 간의 사업기간 동안 전통시장의 평균 월세는 64만1000원에서 74만1000원으로 15.6% 증가했다.
송 의원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전통시장 노후 환경개선과 경쟁력 제고 사업이 임대업자와 건설업자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며 “(전통시장의) 환경개선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서비스ㆍ상품개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3분기 유통업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9월 주요 유통업계 실적에서도 업계 전반은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정책 입안자들이 뭘 모른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업계의 이야기도 청취하고 이를 통한 개선 방안을 내놔야지, 지금같은 투박한 정책으로는 소비심리를 붙잡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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