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30㎝를 절대 침범하지 않는 문화 - 여자 화장실만 길게 늘어선 줄 보기 힘들어 -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꾸준한 캠페인으로 인식 개선
[헤럴드경제(뉴욕)=박세정 기자] “타인의 30㎝를 침범할 수 있는 사람은 연인 밖에 없죠.”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 미국 뉴욕. ‘멜팅팟(다양한 민족이 섞여 사는 도시)’의 대명사답게 각 국의 문화가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바쁘고 혼잡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개인’과 ‘기본’에 충실한 에티켓 문화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30㎝’의 룰= 흔히 뉴욕 시민에게는 ‘보이지 않는 30㎝’가 존재한다고 한다. 타인의 30㎝ 이내를 절대 침범하지 않는 무언의 약속이다.
기자가 뉴욕에 머문 동안 낯선 풍경 가운데 하나가 엘레베이터를 탈 때마다 모르는 사이에 서로 눈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인사 예절이 우리와는 남다른(?) 미국인들에게는 ‘공간이 좁아 내가 너의 30㎝를 침범할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해달라’는 메시지를 함축한 것이기도 하다.
17년 동안 뉴욕에서 생활했다는 한 한국인은 “뉴요커들은 누군가 자신의 30㎝ 이내에 들어오는 것을, 마치 낯선이가 문을 불쑥 열고 자기집 거실로 뛰어든 것처럼 끔찍하게 생각한다”며 “타인의 30㎝를 침범할 수 있는 사람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밖에는 없다(웃음)”고 말했다.
뉴욕의 ‘보이지 않는 30㎝’ 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옐로우 캡(Yellow Cap)’으로 불리는 택시였다.
앞좌석과 뒷좌석이 칸막이로 분리돼 있고, 뒷좌석에 카드 결제기가 비치돼 있어, 요금을 내기 위해 굳이 앞좌석에 손을 뻗을 일도 없다. 이같은 철저한 분리가 비인간적이라 볼 수 있지만 술취한 승객이 난동을 부리곤 하는 국내 택시를 떠올리면 그 필요성이 금새 와닿는다.
좁은 차 속에서도 승객과 기사, 각자의 30㎝가 충돌할 여지가 없다. 혹시 모를 폭력 사고에 대비해 기사의 안전을 보호하는 동시에, 타인과 자신의 30㎝를 보호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을 생각한 대중의 공간= 화장실이 혼잡할 때 여자라면, 회전율(?)이 빠른 남자 화장실을 보면서 ‘그 화장실 칸 안쓸거면 우리 주지’라는 생각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뉴욕의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우선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여자 화장실에만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잘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남자 화장실보다 여자 화장실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은 덕이다.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기본’을 생각한 문화다.
화장실 내 쓰레기통도 대부분 ‘뚜껑형’이었다. 쓰레기통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차이지만 쾌적함은 그 이상이었다.
악취와 쓰레기, 소음으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의 지하철도 기본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이는 뉴욕시 등 다양한 기관에서 대중교통 공공 에티켓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인식 개선을 이끌어낸 결과다.
특히 지하철 에티켓을 재미있게 풀어낸 캠페인 영상은 유튜브에서 화제가 돼 전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뉴욕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중교통 문화를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많이 접했다”며 “그 때문인지 지하철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쾌적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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