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男)+주에(女)’ 결혼 후 만들어 -수확 좋지 않은 해에는 제품생산 안해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13>페리에 주에= 1811년 이래 약 200여년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 주에는 남성(페리에)와 여성(주에)의 이름이 결합된 로맨틱한 탄생의 스토리가 얽혀 있다.
이 스토리는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Pieerre-Nicolas Perrier)’와 ‘아델 주에(Rose-Adelaide Jouet)’이 결혼한 한해 뒤인 1811년에 시작된다. 그 해에 하늘에서 헬리 혜성이 떨어졌다고 하여 ‘하늘이 맺어준 연인’이라고 하는 로맨틱한 에피소드도 페리에 주에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헬리 혜성은 유럽과 북반구 전역을 지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는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는 그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이를 큰 변화를 불러올 신호이자 영원한 불멸의 존재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 둘의 만남은 각자 가진 서로의 장점 만을 배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부유한 무역상 가문에서 자란 아델 주에는 산술과 역사, 지리에 능했고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는 식물학과 포도주에 관심이 상당했을 뿐만 아니라 와인제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이 둘은 결혼 후 그 동안 꿈꿔왔던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 두 사람의 이름을 더해 ‘페리에 주에’라 이름 붙였다.
당시 그들은 포도 그 자체에 주목했다. 페리에 주에의 완벽한 품질에 대한 열정은 고집스런 관리로 이어져 수확이 좋지 않은 해에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후손들은 이러한 열정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페리에 주에는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로열 워런트 (Royal Warrant)를 수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 3세와 레오폴드 1세 등 유럽 왕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최상의 샴페인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페리에 주에 벨레포크’라는 제품명에도 로맨틱함이 담겨있다. ‘벨레포크’(Belle Epoque)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 이란 뜻으로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 대전 전까지의 아름답고 우아한 시대를 뜻한다. 이때 파리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풍요와 평화를 누렸으며,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고 거리에는 우아한 복장을 한 신사 숙녀가 넘쳐 흘렀다.
물랭루즈와 레스토랑 맥심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파리를 이루었던 이 짧은 시기가 지나가고,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피폐된 상황을 하게 된 사람들은 이전의 풍요로운 시절을 되돌아보며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페리에 주에’와 ‘벨레포크’라는 로맨틱한 이름은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샴페인을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완벽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페리에 주에는 그 패키지 역시 미학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1902년 대표적인 아르누보 아티스트인 에밀 갈레 (Emile Galle)가 디자인 한 아네모네 꽃 문양의 병은 페리에 주에 벨레포크의 은은하게 퍼지는 백색 꽃의 향기를 형상화 한 것으로, 페리에 주에 벨레포크의 우아함과 섬세함을 잘 표현해준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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