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영향 속 이례적인 고성장 달성 -사업포트폴리오 구축ㆍ고정비↓ㆍ업무단순화 -2007년 코카콜라음료 시작으로 M&A만 18건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폐허가 된 동경 시내에서 원형을 유지하고 우뚝 서 있었던 건물은 ‘프랭크 L. 라이트’가 설계한 임페리얼호텔이 유일했습니다. 엄청난 대지진이 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내진설계’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고정비 줄이기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 사업분야 다양화를 통해 이처럼 예상 가능한 외부 충격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해야 합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직원들 대상 CEO 메시지를 통해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013년 신년사에서도 “지난 수년 간 안정된 사업포트폴리오 구축, 업무 전반에 걸친 업무단순화, 고정비 감축 등 내진설계를 미리 준비해온 덕분에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철저한 내진설계를 통해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만의 통일시대백화점 1층 매장에 들어선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후’는 올해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견인한 대표 화장품 브랜드이다.
대만의 통일시대백화점 1층 매장에 들어선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후’는 올해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견인한 대표 화장품 브랜드이다.

LG생활건강이 올해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고성장을 달성해 시선을 끈다. 이는 다년 간 지속적인 ‘내진설계’를 키워드로 사업기반을 탄탄히 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2007년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 비중이 ‘63대 37’이었지만, 2008년에는 음료부문을 추가해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 비중을 ‘40대 30대 30’으로 구축했다. 올해는 3분기 누계기준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 비중을 ‘26대 51대 23’으로 분산시켰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은 지난 2005년 차 부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덕분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8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사진=대만의 통일시대백화점 1층 매장에 들어선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후’는 올해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견인한 대표 화장품 브랜드이다.]
[사진=대만의 통일시대백화점 1층 매장에 들어선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후’는 올해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견인한 대표 화장품 브랜드이다.]

2009년에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에는 해태음료를 잇따라 인수했다. 2012년에는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화장품 사업을 인수하며 색조화장품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를 인수하면서 일본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어 2013년에는 일본 건강기능식품 통신 판매업체 에버라이프와 캐나다 바디용품업체 F&P(Fruits&Passion)를 인수했다. 또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문을 인수해 성장하고 있는 건강음료 및 기능성음료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2014년에는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선점했다.

2015년에는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 OEMㆍODM 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해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존슨앤존슨의 오랄케어 REACH® Brand의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옥시 익산공장과 태극제약의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인수절차를 진행중이다.

외부충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업무 간소화를 통해 경영의 스피드도 높였다. 위에서 아래까지 커뮤니케이션을 간소화하고, 핵심을 찌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하자는 것도 차 부회장이 강조한 점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CEO 집무실이 항상 열려 있어 임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필요하면 들어가 보고할 수 있고, 간결한 회의문화가 확산돼 경영스피드가 빨라졌다.

고정비 지출에도 신경을 써왔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매장 규모와 쇼핑환경을 개선했다. 네이처컬렉션을 통해 흩어져 있는 브랜드와 매장들을 편집샵으로 통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 취임 당시인 2005년 매출 9678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에서 2016년에는 매출 6조941억원, 영업이익 8809억원을 기록했다. 약 10년 만에 매출은 6배 이상, 영업이익은 12배가 넘게 성장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이 사드 배치와 중국 관광객 수 급감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에 이르는 3개 분야가 균형 축을 이루도록 사업구조를 바꿔 리스크를 덜 수 있었다”고 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