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주민 몰려들어 실내 대피소는 혼잡

-열악한 환경 탓에 주민들 불만도 늘어

-“2층 스탠드까지 가득 차 추가 수용 힘들어”

[헤럴드경제(포항)=유오상 기자] “오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비좁아 숨이 막힐 정도에요.”

규모 5.4의 강진에 직접 피해를 겪은 지 이틀째. 붕괴 위험 때문에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비좁은 대피소 탓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서 왔다는 임정모(50) 씨도 아파트 외벽이 갈라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가족을 이끌고 대피소를 찾았지만, 아예 인근 모텔을 알아보고 있었다. 임 씨는 “당장 화장실 문제가 가장 급하다”며 “아이들도 불편을 호소해 차라리 포항 구항 쪽 숙박 업소를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유가 있었던 경북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대피소는 오후 늦게부터 몰려드는 주민들로 붐비기 시작해 오후 7시께부터는 모인 주민들만 1000여명에 육박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변했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구호식량을 받기 위해 체육관 앞을 지나가는 주민들로 소동까지 벌어졌다.

대피소 내부 곳곳에서는 엉킨 주민들과 쏟아진 음식물 탓에 움직일 공간도 없었다. 이날 대피소를 찾은 한 주민은 “어린 아이를 겨우 재웠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얼마나 잘지 모르겠다”며 “오후 들어 대피소가 꽉 차면서 아예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도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곳곳에서 도착한 구호품 상자로 임시 칸막이를 만들고 몸을 뉘었지만, 대부분은 얇은 모포 위에 그대로 앉아있어야만 했다. 대피 주민인 고석현(69) 씨는 “집에서 뭘 가져오고 싶어도 자리가 좁아 둘 곳이 없다”며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한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대피소 한쪽에는 화장실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섰다. 대피소 밖에도 임시 화장실이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긴 줄 탓에 제대로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몸을 씻을 수 있는 세면장도 인근 읍사무소 한 곳뿐이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일부 주민들 간 소동도 발생했다. 소동이 벌어질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먼저 나서 웃는 모습으로 주민들을 말렸다. 자원봉사자 김정민(41ㆍ여) 씨는 “비좁고 시끄러운 대피소 안에 이틀씩이나 있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도 있다”며 “생각치도 못한 지진 탓이라 누굴 원망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인근 주민들이 몰려든 경북 포항 흥해읍의 흥해 실내체육관 대피소. 지진 이틀째인 16일 대피 온 주민들이 몰리며 대피소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인근 주민들이 몰려든 경북 포항 흥해읍의 흥해 실내체육관 대피소. 지진 이틀째인 16일 대피 온 주민들이 몰리며 대피소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대피소 운영 관계자는 “늦은 시간에도 주민들이 계속 대피소로 모여들고 있다”며 “자리가 없어 더 비좁은 2층 스탠드로 주민들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