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 근절요청’ 재차 건의 他 시장 마케팅 위축 우려 고민 실적쌓기용 부당행위 우선 감시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과도한 끼워팔기 관행에 우려를 표한 가운데,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상품 끼워팔기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만, 이런 행위 자체를 불공정영업행위로 규정하면 다른 분야(시장)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마저 과도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은행 창구직원이 영업실적을 올리고자 고객에게 금리를 뻥튀기해 전달하는 경우 등 ‘명백한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데 우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개혁 현장점검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은행 대출금리 인하를 미끼로 하는 금융상품 판매 근절 요청’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건의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데, 거래은행에서 금리 인하를 미끼로 일방적인 금융상품(적금, 카드, 보험 등) 가입을 강요했다. 1%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품을 가입할 수밖에 없었고, 원하지 않는 이중으로 부담을 지는 상황”이라며 관련 관행 근절을 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언급된) 사실만으로 불공정영업행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우대금리 적용 요건 등이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안내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을 내놨다.

지난 9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상적인 모집활동을 벗어나 필요한 부분 이상까지 (상품가입을 권유)하는 게 있다면, 이를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변화나 당국의 대응이 시작되지는 않은 것이다.

끼워팔기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당국의 고민을 깊어지게 했다. 끼워팔기는 은행이 카드발급·적금계약 등을 조건으로 대출고객에 우대금리 적용해주는 관행이다. 현재 규제 대상인 ‘꺾기’와 달리, 특별한 제재 조항이 없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간주해서다. 다른 시장에서 흔히 이뤄지는 ‘묶음·결합상품 할인’ 등의 마케팅 방법과 다를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단체는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조건을 내걸고 대출영업을 하는 것은 후진적이며, 사실상 강제적”이라고 성토한다.

당국이 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불법·적법을 가르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결정,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마케팅을 무조건 규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끼워팔기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려면 상위법령 개정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소비시장의 영업행위까지 과도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어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통신업계의 결합상품 할인 같은 서비스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당국은 끼워팔기 시 기본금리와 우대금리 산정근거 및 요건을 명확히 설명토록 하는 등 낮은 수준의 현장지도에 우선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창구직원이 신용등급 상 기본금리가 3.5%인 대출상담 고객에게 적용금리를 4%라고 부풀려 알려준 뒤 “카드를 발급받으면 3.5%까지 인하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초래하는 명백한 부정행위는 일단 개선하되, 끼워팔기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과 가능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고민해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