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받아들일만한 기초체력 없어…글로벌 상승대열서 탈락” -유상증자ㆍ4분기 실적 등 기업 개별이슈도 영향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 뉴욕 증시에서 3대 주요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훈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동성 긴축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막판 상승세’에서 소외된만큼,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증시가 장기 조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3.35포인트(-0.13%) 떨어진 2478.53에 장을 마쳤다. 지난 4일과 5일 250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이내 2460선까지 떨어지는 등 이달 들어 지루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코스닥 역시 지난달 말 10년 만에 800선을 터치한 뒤로 하락세로 접어들어 770선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들어 70번째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사상 최고치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주 의회 통과가 예상되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FTSE100 지수(2.97%), 독일 DAX30 지수(1.48%) 등 선진국 증시도 이달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만은 이들 지수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글로벌 호황의 영향을 받아들일 만큼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활기를 띠는 것은 저금리와 유동성 등 정책적 요소에 힘입어 이어지던 미국 증시의 강세가 긴축을 앞두고 남은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마지막 강세장에서 상승 대열에 속한 국가와 외면 받는 국가가 구분되고 있는데, 정보기술(IT)ㆍ반도체 섹터를 제외하고는 매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증시는 후자에 속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은 최근 한달(20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2조841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금액만 3조7832억원에 이른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이 31.68%에 이르는 등 상승폭이 컸던 탓에 연말 차익실현 매물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대다수지만, 지난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사상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9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거나,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 종목들의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증시는 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는 잇따른 대형주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가 연말 ‘산타랠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등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는 점,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3분기에 비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이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