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세균, 수액ㆍ주사제 제조과정서 침입 가능성” -신생아 5명에 같은 수액…병원 측 “완전히 똑같지 않아” -젖꼭지ㆍ리넨 등 아기용품서 패혈증 균 침입했을 수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들의 세균 감염 원인이 수액일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들이 사망 전 똑같은 수액과 주사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균이 신생아들의 몸 속으로 침입,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렀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세균이 의료진에서 비롯된 것인지, 젖꼭지 등 오염된 아기 용품에서 나온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수액ㆍ주사제, 세균 감염 경로일듯”=21일 이대목동병원 등에 따르면 이 병원이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한 자체 역학 전문 조사팀은 사망한 아이들 중 3명이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된 경로가 수액이나 주사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과 조사팀의 조사 결과 신생아들이 숨진 지난 16일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미숙아 16명 중 5명이 종합영양수액(TPN), 스모프리피드(오메가3지방산 등 주사제), 비타민 K가 섞인 주사제를 맞았다. 지난 15일 수액과 주사제를 맞은 이들 신생아는 모두 별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6일 투약 이후 신생아 4명의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더니 숨을 거뒀다.

전문가들도 수액을 섞거나 주삿바늘을 꽂는 과정에서 수액이나 주사제가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물이나 흙 등 자연환경은 물론 정상인의 위장에도 존재하는 세균”이라며 “병원 내 자연환경에 존재하던 해당 균이 주사제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수액을 제조하거나 약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갔을 수도, 주삿바늘이나 카테터(수액을 넣거나 혹은 기관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는 관)가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수액이 완전히 같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역학조사와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사인을 세균 감염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이비인후과 교수)은 “조사팀의 조사에서 주사액 성분 중 TPN, 스모프리피드, 비타민 K가 사망한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주사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맞다”면서도 “세 가지 성분을 제외하고는 환아별로 각각 다른 성분을 추가해 맞춤형 처방을 했기 때문에 엄밀히 같은 약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도 “아직 사망 원인을 결론 내리거나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의료진ㆍ신생아 용품, 감염원 가능성=이대목동병원의 관리 부실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세균에 오염된 채로 여러 아이를 만졌거나 아기 용품이 균에 오염됐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사망한 신생아의 혈액에서 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의료진의 손이나 아기 용품이 직접적인 감염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상황, 과거 사례 등을 참작하면 쉬이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정상인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나 환자에게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도 의료진의 손을 통해 균이 전파돼 유행한 사례가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이 균은 신생아에게 중추신경계 감염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만약 의료인을 통해 신생아의 중추신경계로 세균이 침입했다면 짧은 시간에 사망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지난 10월 자녀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던 한 보호자는 “바구니에 있던 공갈 젖꼭지를 (의료진이 아이에)그대로 물리더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신생아 용품이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에 오염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과거 국내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복과 침대보 등을 감싸는 천(리넨)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발전할 수 있는 원인균이 다량 검출돼 사용 중인 리넨을 전면 교체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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