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인출한도 높고 추적 어려워 두달 간 50건 발생 피해액 35억
#. 20대 여성 A 씨는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범인은 “명의 도용에 따라 계좌에 있는 돈이 출금될 수 있으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고 A 씨를 구슬렸고, A 씨는 결국 범인이 알려준 계좌 4곳(대포통장 3개, 가상화폐 거래계좌 1개)으로 총 8억원을 송금했다.
특이한 것은 범인이 A 씨에게 ‘송금인명 변경’을 요구하면서까지 특정 가상화폐 거래계좌(이하 가상계좌)에 3억원을 보내도록 하는 한편, 자신이 보유한 대포통장 3개로 받은 5억원 역시 해당 가상계좌에 즉시 재송금했다는 점이다. 범인은 이 돈으로 총 8억원어치의 비트코인를 구입한 후,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이전해 현금화했다. 8억원은 보이스피싱 범죄 1인 피해액으로는 지금까지 최대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상계좌를 자금인출 통로로 이용하는 등 지능범죄화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A 씨의 피해사례처럼 보이스피싱에 가상계좌가 활용되는 이유는 은행보다 일일 인출한도가 높고, 경찰의 추적을 쉽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현금자동입출금기의 일일 인출한도는 600만원으로 일괄 제한돼 있는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회사마다 일일 인출한도가 제각기 다르고 그 규모가 크다”며 “범행 수익금을 찾기가 그만큼 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인이 해외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로 잔액을 옮기거나, 가상화폐를 송금하는 경우 우리 수사당국의 추적이 어렵다는 것도 최근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감원은 지난 7~8월 사이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가상화폐를 이용해 피해금을 인출한 사례가 모두 50건, 피해금은 35억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외에 시중 현금 유통량이 많아지는 연말·연시 특성을 노린 일반 보이스피싱 범죄도 가파르게 늘면서, 월평균 피해액 규모는 1~10월간 182억원에서 11월~12월간 280억원(예측치)으로 54%가량이나 늘었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전화로 정부기관이라며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 경우 침착하게 전화를 먼저 끊고 경찰청과 검찰청, 금감원 등 기관 공식 대표번호로 연락해 사실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송금인 정보를 변경해 타인 명의의 계좌로 금전을 보내라고 요구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은행의 지연이체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이체금액 한도를 줄여 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감원은 ▷사회경험 부족 ▷스스로 범죄와 무관하다는 생각 ▷사기범의 고압적 태도에 대한 당황스러움 탓에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반복되는 데 주목,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피해사례 전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와 협력해 피해금 인출 악용 방지와 소비자 보호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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