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개혁’ㆍ‘적폐청산’ 분위기 속에 기업 부담만 가중 - 법인세 부담 완화 위한 세제개편 시급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모두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인데, 우리만 올리겠다니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투자와 고용은 늘리라면서도 재벌을 마치 적폐처럼 보는 분위기이니, 그럼 결론은 해외 이전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내년부터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인상키로 하면서 재계의 불만이 잔뜩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와 고용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도리어 법인세는 전세계적인 인하 추세와 역행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쌓여가고 있다.

최근 국회는 내년부터 과표구간 3000억원이 넘는 초(超) 대기업들에 대해 2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77개 대기업은 2015년 소득을 기준 현행 세법보다 2조3000억원을 더 부담해야할 처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재계에 드리워진 정경유착의 낙인은 ‘재벌개혁’, ‘적폐청산’ 사회 분위기와 함께 재계의 합리적인 반발도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정책에 재계는 ‘벙어리냉가슴’만 앓는 형국이다.

▶한국만 법인세 ‘역주행’…투자 매력도↓= 대기업들은 정부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면서도 기업부담을 늘리고 있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유의 한미 법인세 역전현상으로 국내 투자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투자 감소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는 연평균 4.9%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하지만 법인세가 인상되면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이유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면서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 정부 주문에만 맞춰서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에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결국 나라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인세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2%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모두 3%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당시 보고서는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성장을 주목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지정학적 긴장 등과 함께 법인세 인상에 따른 투자 둔화를 ‘리스크’로 거론했다.

▶법인세 부담 완화 시급…세제개편 해법 주문= 상황이 이렇자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가 떠안게 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해 간 증세를 목적으로 추진된 각종 세금공제ㆍ감면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법인세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며 그 대안으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 폐지,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확대, 외국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조건 완화, 최저한세제 폐지 등을 제시했다.

실제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돼왔다.

앞서 지난달 한경연 의뢰로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에 따르면 R&D 공제의 경우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의 R&D 공제율은 2013년 13.5%에서 2016년 4.0%로 급감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신설키로 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 역시 실효성이 미미하며 ‘투자활성화’라는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 만큼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는 기업의 투자와 임금증가, 상생지원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추가과세를 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세제지원 축소와 각종 세제 신설은 법인세 인상 못지않게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한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몇 년 새 기업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초(超)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및 대기업에 대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제 신설 등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