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재 타고 순식간에 불번져 중층 건물 외장재조사 비켜가 불법주차 탓 살수차 투입차질 좁은골목·날씨도 진화 걸림돌
이번에도 인재였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불이 쉽게 붙는 외벽 마감재를 타고 순식간에 번지며 5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9명, 부상자도 29명에 달한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연기로 아직 확인하지 못한 구역을 계속 수색하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22일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53분께 9층 규모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위층까지 번졌다. 화재경보가 울리기도 전에 건물 전체로 번진 불 탓에 상당수 피해자는 건물 내에 갇혀 그대로 숨졌다. 특히 화재가 시작된 1층 바로 위 2층 여성 목욕탕에서만 사망자가 20명 가까이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자들이 화상을 입은 흔적은 거의 없어 대부분 목용탕 내부로 들어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건물은 압류와 경매를 거치며 지난 10월 새로 리모델링을 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소방규정을 어기고 불이 붙기 쉬운 마감재를 사용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건물의 마감재로 쓰인 ‘드라이비트’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화재 당시에도 문제로 지목됐던 대표적 가연성 마감재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 소방규정을 강화해 지난 2015년 10월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불연성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져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가연성 외장 마감재를 사용할 경우 외벽과 불타는 외장재 사이의 빈 공간을 따라 ‘굴뚝 효과’가 발생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된다”며 “올해 발생했던 런던 아파트 화재사고와 비슷한 경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런던 아파트 화재 이후인 지난 7월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 대해 가연성 외장재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는 ‘화재안전 성능평가’를 시행했지만, 9층 높이의 사고 건물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직후 구조 과정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53분에 신고를 받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장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 탓에 일부 살수차가 제때 투입되지 못했다.
현장에 도착한 고층 건물 구조용 장비도 말썽이었다. 건물과 8m 이상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사다리차는 좁은 골목 탓에 운용이 늦어졌고, 추운 날씨 탓에 현장에 도착한 굴절차는 유압 밸브가 고장 났다. 이 때문에 사고 초기 구조 작업은 한동안 지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인근 사다리차 업체에서 민간용 사다리차를 동원해 고층에 고립됐던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추운 날씨 탓에 밸브가 터지면서 장비 사용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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