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순환출자 결정번복에 우려 -정책 일관성·법적안정성 훼손 목소리도
“앞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처분 건에 대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변경하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SDI는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공정위 결정을 두고 2년 전 스스로 정한 가이드라인 해석을 변경해 ‘정책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일 경제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2년만에 스스로 ‘가이드라인’ 오류를 인정하며 사실상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각하라고 통보한 데 대해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들은 더욱 정부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결정한 것을 정권교체로 뒤집으면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정부 정책에 대응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큰 틀에서 ‘법적 안정성’을 훼손했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공정위가 새로운 기준을 2년 전 사안에 소급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추후 벌어질 법정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를 두고 행정해석을 변경하면서 국내 법체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 잘못을 시인하며 행정 해석을 변경하는 것이지만, 공정위가 무소불위의 기관도 아니고 법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리며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시장 전반에 법적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변경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공정위 사례로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기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기때문이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후속조치를 봐야겠지만 분명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맞다”며 “공정위 조치가 다른 정부기관의 정책 수립 및 결정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삼성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섣부른 대응보다는 후속조치 등 진행상황을 신중히 살핀다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공정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따랐던 삼성SDI는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추가로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추가로 매각해야 하는 삼성물산 주식은 기존 매각 주식의 80%에 달하는 404만주(약 52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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