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특위, 권력구조 합의 못 이루자 애꿎은 본회의가 사라져 - 바른정당ㆍ국민의당 “여당과 제1야당 기싸움으로 임시회 표류” - 3일 뒤 범죄자 되는 국민…민주당 “29일 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해달라”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개헌이 국회를 붙잡았다. 여야는 개헌특위 연장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국이 얼어붙자, 본회의는 열 수 없게 됐다. 2018년 새해 첫날부터 당장 필요한 법안이 산적한 와중이다. 특히 일몰법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시민은 졸지에 범법자가 되거나 거리로 내몰린다.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국회가 임시회의 중인데도 여당과 제1야당 알력다툼으로 본회의 개최를 못 하고 있다”며 “시급한 법안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 개최하라”고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여당과 제1야당의 기싸움으로 올해 마지막 임시회가 표류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과 야당이 개헌특위 연장을 두고 싸우는 이유는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는 애초 31일까지 여야가 회의해 개헌안을 만들기로 했었다. 그러나 권력구조란 쟁점이 걸리자 여도 야도 합의할 생각은 없이 주장만으로 일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특위 소속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앞서 “문제는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한 대통령이지, 대통령제라는 제도가 아니다”며 “삼권분립 체제를 토대로 4년 중임제로 가는 것이 실현 가능한 개헌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통일ㆍ외교ㆍ안보)와 내치를 맡아 권력을 나누는 일종의 이원집정부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야권은 대체로 국회 중심으로 권력을 배분하는데 적극적이다. 의원내각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환영받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임기를 사실상 8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라고 분석한다. 여야가 앞으로 수십 년을 좌우할 권력분배 규칙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셈이다. ‘국민 먼저’를 외쳤지만, 권력 앞에선 거칠 것이 없다.

권력 암투가 벌어지는 사이, 개헌특위 활동시한도 민생법안 데드라인도 3일이 남았다. 31일까지 개헌특위를 합의하지 못하면, 특위는 종료된다. 전안법 사태는 ‘공급자 적합성 확인 서류(KC 인증서)’를 받지 못한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든다. 시간강사법 경우엔 대규모 해고가 일어날 수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개헌특위 연장을 먼저 합의하자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포기하라(김성태 원내대표)”는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가 활동을 중단하면, 결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이 될 것이란 두려움이 제1야당을 사로잡았다.

민생법안만 뽑아서 원포인트로 처리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야당은 강경하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합의만 되면 된다는 것이 국회 선진화법 아니냐”며 “민생법안이 합의되면 오늘이라도 본회의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통화에서 “저희는 이것만이라도 해달라고, 한결같이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안 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 야권 의원은 “저희로서는 개헌과 본회의 등 사안이 모두 합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민주당은 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하자며 야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29일 본회의 시간을 확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시급한 민생법안과 헌법기관 인사 문제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분리 처리하자”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합의하면 민생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