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우려 아우성 “제도 개선” 靑 국민청원 쇄도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정부의 잇딴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서울의 공인중개업소는 늘어나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만3873개였던 서울의 공인중개업소는 12월 2만4055개로 182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4701건에서 7467건으로 반토막 났다. 일감은 줄었는데 경쟁자는 증가한 셈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강남구에서만 43곳이 더 생겼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수록 ‘강남 불패’ 신화에 기대 살 길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굵직한 개발계획과 재건축이 예정돼 있는 용산구에서도 25곳이 늘었다. 신길뉴타운과 영등포뉴타운 등이 포진한 영등포구도 11곳이 증가했다. 상업용부동산이나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업소 증가분을 고려하더라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비명은 안으로부터 터져나왔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생존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청이 올라왔다. 만 이틀이 되지 않은 현재 6500명이 동의하면서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요청자는 공인중개사시험에 상대평가를 도입해야 하며, 자격시험 합격 후에도 일정기간 인턴 형식의 실무종사를 거치게 한 뒤 중개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의 개업공인중개사는 10만2000여명에 달한다. 1985년 공인중개사 시험 이후 총 합격자 수가 40만6000명이란 점에서, 언제든 중개업소 문을 열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가 약 30만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올해 11월까지 약 1만3000명이 폐업하고 반대로 1만9000여명은 새로 문을 여는 등 개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수익원천인 중개수수료를 올리자는 움직임은 꿈도 못 꾼다. 트러스트부동산, 집토스 등 저가 수수료를 내세운 신규 사업자들과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상대평가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기존 자격증 소지자 입장에선 반갑지만 시험 응시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격증 소지자만 40만명에 신규 진입 희망자인 관련 대학교와 대학원 학생들, 민간 학원 수강생 등을 종합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라며 공인중개사를 둘러싼 논란이 내부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고작은 집단 내부의 이해관계에 외부와 갈등까지 조정하려면 정부가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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