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인터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피해자 중심주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까. 정부는 12ㆍ28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이하 위안부 합의) 파기선언이나 재협상을 넘어선 제 3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ㆍ일 간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적 방안을 무엇일까.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피해실태와 외교적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조진구 연구교수<사진>를 인터뷰했다.
-한ㆍ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국민여론은 피해자중심주의적 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유연함이 필요하고, 후자는 너무 경색돼 있다.
전자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모든 위안부 피해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해왔고, 국제사회에서 관심 갖도록 한 역할도 컸다.
다만,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해결방안을 추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대협이 주장하는 해결방안은 외교적으로 봤을 때 다소 이상적인 면이 있다. 그 방안을 모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찬성해온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게 어떻게 관철돼야 하는지 보다 유연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 결과 발표에도 나왔지만 외교부는 피해자나 지원단체에 사전협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결국 누구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어디까지 얘기해야 ‘피해자 중심주의’가 실현되는 건 지에 따라 문제인식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후자의 경우, 사실 일본 국민들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으로 일본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을 전달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위안부 합의문 전문을 떠올려보자. 위안부 합의 발표문의 핵심이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일본언론은 총리가 책임통감하고 사죄와 반성 표명하고, 우리 정부가 만든 재단에 일본 정부예산에서 10억 엔을 출연함으로써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이뤄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소녀상 문제 해결 위해 노력한다는게 합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건 합의의 핵심을 완전히 빗겨간 내용이다.
위안부 합의발표 전문을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일본의 사죄와 반성 표명,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재단사업을 구상하는 데 있다. 정부 갹출금 10억 엔도 있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한국 양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상처치유를 위해 재단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TF 결과, 한ㆍ일 간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비공개 협의가 존재하는 등 여러 흠결이 발견됐다. 합의 파기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 내용과 절차에 흠결이 있었지만 그것을 사실상 합의 파기라고 보는 건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여러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위안부 합의에 관한 검토결과, 협의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주장하는 건 일본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든 받아들일 수 없기 제안이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은 위안부 합의 발표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의 존엄회복을 위한 사업의 착실히 이행을 전제하고 있다. 지금 일본 정부가 말하는 ‘착실한 이행’은 자국 희망사항만 잔뜩 담아놓고 더 이상 한ㆍ일 간 위안부 문제가 외교적 불화가 되지 않는 걸 희망하는 자세를 취한 걸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일본이 얘기하는 ‘착실한 이행’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해나갈 것이냐에 있다.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내용은 부수적인 부분이다.
평화의 소녀상 문제나 다른 문제들은 사실 한ㆍ일 양국 정부의 재단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이후 충분히 관련 단체들과 잘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의 핵심보다는 국제사회에서의 상호비판 자제 등 부수적인 부분들이 계속 부각되면서 본질에 대한 내용은 왜소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태규 위안부 TF위원장도 ‘이면합의’는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고, 논란의 비공개 부분은 말 그대로 비공개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한ㆍ일 간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일본 측의 입장을 조금 수용했다는 서술한 것이지, 비공개로 하면서 합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위안부 문제,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합의 파기 및 재협상 주장해왔지만, 사실상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면 때문에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TF결과를 토대로 어디서 문제가 잘못됐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일본에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일본 정부는 현금지급 사업 이외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합동위령제를 개최하거나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는 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한국정부에 전달하는 등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총리의 입에서 사죄와 반성을 통감한다는 발언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사죄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악화시켰다. 왜 한국국민들이 정서적으로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지, 일본 정부의 태도도 그럴 만한 원인제공을 했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도 책임을 한국에 전가한 채 부수적인 부분들만 부각시키고 피해자들을 위한 조치들은 아직 취하지 않았다. 일본도 이 점을 인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의회결의를 통해 과거 역사에 대해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고 앞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이 더 큰 역할 하겠다고 표명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하지만 우리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 담화형식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지속해서 표명해왔다. 아베 담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애매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무라야마 담화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할 사업이라면 무엇이 있겠는가?
=과거 일본의 전쟁범죄 등 과거 역사를 모르는 청년들이 오늘날 일본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이른바 ‘주역’으로 거듭나면서 위안부 문제에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한ㆍ일 모두 세대교체를 겪으면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양국 간 시각차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교육시키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지난 고이즈미 담화 발표 직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 총리의 일방적 행보로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들을 일본에 조목조목 설명해 상호 불신을 해결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위에 같이 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문제 책임에 소홀했다면, 우리는 전후 일본의 행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전과 전후의 일본을 동일시 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후 일본은 최소한의 자위력 확보 외에는 군대를 보유하지 않은 채 아시아권 평화를 증진하는 데 힘썼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일본도 과거와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일본에 대한 불신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는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반성을 다시 한 번 표명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의 사죄와 전후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같은 접근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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