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700여개에 이르는 금융규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약속한 이후 정부 부처로는 처음이다. 금융위는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나쁜 규제들을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일차 정비하고 숨은 규제를 계속 찾아 고쳐갈 방침이라고 한다. 당장 눈 앞의 성과 보다는 길게 보고 접근한 대책들이 눈에 띄여 일단은 다행스럽다.
보통 금융규제 개혁의 목적은 두 가지다. 금융소비자 편의 도모와 산업 경쟁력 강화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선안은 서민형 규제를 푸는 내용이 많아 주목을 끈다. 2016년부터 다양한 세제 혜택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나,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업무처리가 가능한 원스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등은 환영할 일이다. 상품 구매 현장에서 관련 피해보상 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소득없는 전업 주부에 카드발급을 허용한 것은 뒷북ㆍ탁상행정으로 비판받을 만 하다. 이미 대부분 전업주부들은 쉽게 카드를 발급받아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소비진작의 고육책이겠지만 자칫 가계 파탄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면 리스크가 큰 전업주부들의 과소비에 기대기 보다는 차라리 부자나 외국인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을 줘 카드 사용을 늘리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아쉽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이번 조치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 때 사실상 모든 업무가 가능한 ‘유니버셜뱅킹’이 허용되지만 해외부문 리스크의 국내 전이 대비책은 결여되어 있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빠져 반쪽 대책이다. 아직 경쟁력이 약한 금융투자업을 등록제로 전환할 경우 시장과열도 우려된다. 금융산업의 업그레이드 기대 보다는 리스크가 더 걱정된다.
추경예산 편성과 선제적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등 지금 우리 실물경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포루투갈 최대은행의 주식거래중지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다시 술렁이고 있다. 금융은 나라 경제를 이끄는 힘이자 소비자경제의 보루다. 갯수만 많은 규제개선안을 내놓기 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나쁜 핵심규제를 찾아 확실히 고침으로써 금융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나올 2차, 3차 규제개혁안이 그래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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