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5명 중 4명이 친부모 -“양육법 배울 부모교육 기회 확대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숨진 채 발견된 고준희(5) 양이 과거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아동학대 방지대책 개선과 함께 부모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준희양 친부 고모(36) 씨의 내연녀 이모(35) 씨가 경찰조사에서 “고 씨가 자주 준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고 씨도 폭행 혐의를 인정했으나 폭행과 사망 원인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로 ‘시신 뒤쪽 갈비뼈 2개 이상이 골절이 있어 외부 충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경찰에 구두 통보한 상태다.
정부가 각종 아동학대 예방 정책을 내놓았지만 준희 양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학예정인 아동이 입학하지 않거나 재학 중인 학생이 이틀 이상 무단결석 시, 학교장은 보호자에게 경고를 하고 결석이 계속될 경우 읍ㆍ면ㆍ동사무소나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준희 양과 같은 미취학아동은 이같은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6년 정부는 미취학아동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이틀 이상 결석할 경우 교직원이 가정을 방문하고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방문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장하는 ‘유치원ㆍ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매뉴얼은 강제력이 없는데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동에겐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준희 양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을 나가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준희 양의 실종을 알지 못했다.
일각에선 미비한 정책에 대한 지적과 함께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서는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1100여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처벌 규정은 실제로 계속 강화돼 왔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대다수가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사후 대책보다 부모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예방적 조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시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확인한 아동학대 사건 총 1179건 가운데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80.7%(951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수경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현재로선 처벌 규정이 이미 강화된 상황이고, 처벌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부모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같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부모 역할을 가르치거나 대학에서 필수 과목으로 부모교육을 제공되는 것이 모범적인 예일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아동학대 예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양육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모교육의 의무는 아동학대 행위자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후 법원으로부터 교육 수강명령을 받거나, 아동학대 사건이 아동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으로 넘겨질 경우에만 교육의 기회가 강제적으로 주어진다. 아동학대 신고 단계에서 아동보호기관이 아동학대 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권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실정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도 “자녀 양육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준비되지 않는 부모들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공교육 과정에서 이를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 교육 강화와 함께 주변인의 신고 의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의사 등 일부 주변인들의 신고 의무가 생겼지만 여전히 신고 의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협회장은 “주변에서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가 보일 경우 훈육이 아닌 범죄임을 인식하고 이를 신고하는 노력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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