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 국회의원의 엇갈린 전력이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불과 지난달이던 작년 말 아름다운 언어사용으로 상까지 받은 그는 자신의 과거 책임을 캐는 질문엔 “웃기고 앉아있네”로 일갈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청와대에 잇따라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상규(69) 자유한국당 의원 이야기다.

판사 출신으로 사법시험 출제위원을 지낸 여 의원은 2008년 국회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입성했다. 새누리당 시절엔 당 중앙윤리위원장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20대 국회에서 여 의원은 ‘자랑’이 될 만한 상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초 ‘전국 청소년 선플 SNS(소셜미디어) 기자단’이 뽑은 ‘아름다운 말 선플상’ 수상자로 꼽힌 것. 고등학생ㆍ대학생 237명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9월부터 2개월 간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분석해 아름다운 언어 사용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을 뽑았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고운 말을 쓴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상패도 전달했다. 여 의원도 상패를 받았다.

그러나 여 의원의 언행은 국회 회의록 상에서만 고왔던 것 같다.

맥락은 이렇다. 이달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작진은 간첩조작사건으로 1심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제보자의 억울한 사연을 취재했다. 47일간 고문을 받고 18년 간 징역살이를 한 그는 23년이 지나서야 무죄가 됐다.

제작진은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사를 찾았다. 그가 바로 여 의원이었다. 여상규 전 판사는 전화 통화에서 “재심이라는 제도가 있는 이상은 무죄 받을 수도 있겠죠”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제작진이 물었다. “그 때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그것에 대해 책임을 못 느끼시나”라고.

여 의원은 역정을 냈다. “웃기고 앉았네 이양반 정말”이라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날 방송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여 의원의 페이스북 페이지엔 비판이 쇄도했다. 28일 오후 4시 30분 현재까지도 여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청원 제안’엔 여 의원을 비롯, 과거 고문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8일 오후 4시 현재 ‘여상규’란 이름으로 올라온 청원제안만 18개다. 모두 여 의원의 “웃기고 앉았네” 발언이 알려진 뒤에 나온 제안이다. 각각의 제안에 시민들은 실시간으로 동의하며 청원에 동참 중이다. 4시 기준 3998명이 참여했다.

청와대가 이 청원에 답변하기 위한 조건은 ‘1개월 내 20만 명 이상 동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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