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격 확정 이전 기관투자자에 물량 배정…‘코너스톤 제도’ 도입 검토 -공사채 전용 거래 플랫폼 구축…“브로커ㆍ금투협 등과 이해관계 조정 中”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한국거래소가 투자자의 주문 간에 직접 체결이 이뤄지는 현행 ‘주문주도형’ 시장구조를 개편한다. 거래소가 지정한 증권사가 ‘딜러’로서 호가를 제시하고, 투자자들이 이에 대응해 매매를 체결하는 ‘호가주도형’ 제도를 마련해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통상 유동성이 증가하면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호가 스프레드)가 줄어들어 투자자의 거래 비용이 줄어든다. 이밖에도 거래소는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되기 위해 기관투자자가 공모물량 일부를 공모가격 확정 이전에 배정받도록 하는 ‘코너스톤’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29일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유가증권시장 2018년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무엇보다 시장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며 “좋은 시장이란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생길 때에도 가격 급변동 없이 안정적이고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이다. 올해 추진코자 하는 매매시스템 개편이 보다 좋은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사업계획 전면에 배치한 매매 시스템 개편은 현행 주문주도형 시장에 ‘딜러(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 시장은 투자자의 주문 간에 직접 체결이 이뤄지는 주문주도형 시장구조로, 딜러로 지정된 증권사가 제시한 호가에 투자자들이 대응해 매매체결되는 호가주도형 체결구조와 대비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경우, 전체 상장종목에 지정시장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ㆍDMM)를 지정해 일정 범위 이내 호가를 유지토록 하고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DB) 역시 정규시장에서 유동성이 일정수준 이하인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Designated SponsorㆍDS)를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주문주도형 시장구조 안에서는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테마주, 품절주 등의 주가가 실제 가치와 상관 없이 움직이며 시장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현행 주문주도형 시장을 근간으로 하되, 이에 딜러 제도를 가미한 융ㆍ복합 매매체결 시스템으로 시장구조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올해 중 딜러를 지정할 대상종목의 범위, 딜러 회원제 도입여부, 딜러의 역할과 권한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보는 “매매체결구조 개편은 증권사의 적극적 참여가 수반돼야 하는 사항으로, 당장 급하게 시행하기보다는 정부 및 업계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장기 계획으로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매매체결구조 개편 추진과 별도로, 현행 시장조성자제도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소는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매매 상위 5개 증권사와 30종목에 대한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다만 시장조성 활동을 통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크지 않아,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밖에도 거래소는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상장심사에 보다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를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보는 “과거에는 매출, 이익 등 성과 요건이 중심이 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등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IPO 당시 불거지는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코너스톤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코너스톤이란 상장사의 발행 물량 일부를 공모가격 확정 이전에 공모가격으로 배정받는 기관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이는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감독원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거래소가 주축이 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거래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는 공ㆍ사채 전용 전자거래 플랫폼 구축이 언급됐다. 국내는 여전히 장외에서 메신저와 전화 등을 통한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어 투명성 및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반면, 금융 선진국은 플랫폼 활성화를 기반으로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김 본부장보는 “지난해부터 공사채 거래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노력해오고 있으나, 채권 브로커나 금융투자협회 등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시장을 설득해 관련 사업계획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향후 공사채 전용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원금과 이자가 분리돼 거래되는 이른바 ‘스트립 채권’을 통합해 채권 활용도를 제고하고, 스트립 단기금리 활용영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거래소는 내달 5일 발표될 신규 코스피ㆍ코스닥 통합지수 ‘KRX300’와 관련, KRX3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오는 3월 중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닥150선물 ETF, 코스닥 섹터 ETF 등도 도입된다. 또한 한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개발해 주요 정보기술(IT) 종목을 편입한 ETF를 오는 6월 양 시장에 동시에 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