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통째로 사들여 자신만의 휴양지 조성…가꾸는 방법따라 유명리조트 · 개발지 변신 명목가치 최고 300배 급등 재산증식 효자
[특별취재팀] 재미있는(?) 비교 하나. 올해 기준 한국 직장인 1명의 평균 휴가비는 47만5000원이다. 글로벌 부자들의 바캉스 비용은 얼마나 될까. 보유 순자산 3000만 달러(한화 305억원 가량)를 넘긴 전 세계 슈퍼리치들(총 18만7380명ㆍ2012년 집계)은 1명 당 최소 1만2860 달러(한화 1309만원 정도ㆍ추산치)이상을 쓴다. 이 중 1870명 정도는 최소 10만달러(한화 1억180만원)이상을 바캉스에 들인다.
적은 돈은 아니다. 그들은 2014년 한국 1인당 GNI(국민 총 소득)의 38.4%, 많게는 평범한 직장인이 정년 때까지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연봉 이상을 한 시즌 휴가비로 써 버린다. 물론 전 세계 GDP(국내 총생산)의 40%를 쥐고 흔드는 부자들의 여가비용 치고는 다소 적어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부호의 휴가비 자체는 이들이 즐기는 바캉스의 ‘전모’를 살피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 극히 일부만 파악한 것에 불과하다. 슈퍼리치의 휴가는 일반인과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내는 곳에 가서 돈 펑펑 쓰며 호화판으로 노는’ 것을 전부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자신만의 휴양지로 삼는 글로벌 부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마련한 휴가지는 그들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변모한다. 과거에 사 놓은 섬 하나의 명목 가치는 최고 300배이상 치솟았다. 가꾸는 방법에 따라 그곳은 고가의 부동산이나 유명 리조트ㆍ개발사업지가 된다. 이미지 향상에도 한몫한다. 부자는 스스로 꾸민 낙원에서 쉬며 그들의 곳간을 채운다. 거기서 즐기는 망중한은 ‘덤’이다.
▶ 시세차익형 = 미국의 부호이자 ‘무선 인터넷 선구자’로도 불리는 통신분야 빌리어네어 크레이그 맥코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州) 밴쿠버 남쪽의 제임스 섬을 1994년에 사들였다. 당시 그는 315만6500㎡ 규모의 이 섬을 19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맥코는 이 섬에 면적 464.5㎡의 메인하우스ㆍ게스트하우스 6채ㆍ전용 풀장과 부두ㆍ활주로ㆍ18홀 골프장 등을 지었다. 특히 골프장은 전설적인 프로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 맥코는 이 섬의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며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일궜다. 모든 전선은 지하에 묻었다. 섬 내 교통수단은 전기차 등을 이용한다.
그 덕분인지 2012년 현재 이 섬의 가치는 7510만 달러로 추정된다. 18년 새 4배가 올랐다.
대표적인 글로벌 언론재벌로 꼽히는 테드 터너 CNN창립자도 개인 섬을 갖고 있다. 그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세인트 필립스 섬(면적 2230만6200여㎡)을 1979년에 사들였다. 당시 매입가는 200만 달러다. 이곳은 길이 3.2km에 이르는 해변과 삼림 등으로 유명하다. 소유주 허락없이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이 섬의 가치가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테드 터너가 35년 전 매입한 가격 수준을 현재 가치로만 따져도 1400만~1600만 달러는 충분히 받고 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들어 미국 토지가격 등 부동산 경기도 상승세다. 그가 미국 내 6개 주에 걸쳐 보유한 토지 면적만 서울의 14배(8490여㎢)에 이른다. ‘땅 부자’로 불리는 게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지치기 형=섬을 사들여 자신의 휴양 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는 부호들도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대표적이다.
엘리슨 회장은 2012년 6월 하와이 주에서 6번째로 큰 라나이 섬(면적 364㎢ㆍ서울 면적 60%정도) 지분 98%를 매입했다. 당시 지분 값은 5억∼6억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이 섬엔 럭셔리 리조트 2개와 골프장 등이 있다. 파인애플 산지로도 유명하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은 최근 ‘러브 라나이(Love Lanai)’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가족단위, 허니문 등 모든 유형의 관광객을 이 섬으로 끌어들이는 게 골자다. 내년엔 이곳에서 국제영화제 등 각종 행사도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도 소유한 섬에 리조트를 꾸준히 가꿔 온 사례다. 브랜슨 회장은 28세 때인 1978년 카리브 해 영국령 버진제도의 넥커 섬을 18만 파운드(30만8358달러)에 계약했다. 넓이는 29만9460㎡ 규모다. 그는 이 섬을 개인 휴양시설 겸 리조트로 꾸몄다. 발리 식(式) 별채 6개 동으로 구성된 리조트는 한 번에 손님 2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섬을 통째로 빌리려면 하루에 5만 달러가량 든다. 2011년 8월엔 브랜슨 회장이 쓰는 메인 하우스가 화재로 소실되기도 했으나 곧바로 복구됐다.
그가 만든 ‘낙원’의 현재 가치는 1억 달러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36년 간 명목 가치가 300배 이상 오른 셈이다. 그 명성을 입증하듯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등 여러 명사가 이곳을 다녀갔다. 2007년엔 이곳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이미지 업데이트 형=거액을 들여 사들인 바캉스용 섬을 자신의 이미지 향상에 적극 활용한 부호들도 있다. 루이스 베이컨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 창립자가 그런 경우다. 그는 1993년 뉴욕 주 로빈스 섬을 1100만 달러에 경매로 사들였다. 이후 그는 섬 내에 자신의 휴양시설만 세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면적 180만㎡규모인 이 섬의 생태계 회복에도 주력했다. 로빈스 섬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나 희귀종 관찰을 위해 자연보호단체인 ‘네이처 컨저번시(Nature Conservancy)’에 110만 달러를 기부했다.
뿐만 아니다. 이후 베이컨 회장은 섬 생태계 회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미국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의 이름을 딴 ‘오듀본 협회’의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칫 돈만 아는 냉혈한으로 비춰질 수 있는 헤지펀드 창립자가 환경 보호에도 힘 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한 계기였다.
이 밖에 유명인사가 오랫동안 갖고있던 섬을 사들이고 전(前) 주인의 이미지로 유명세를 탄 경우도 있다. 러시아 빌리어네어이자 ‘우랄칼리’라는 비료회사의 회장을 역임한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 그 주인공이다. 칼륨비료 사업에 투자해 벼락부자가 된 리볼로프레프는 작년 24세가 된 딸 예카테리나 리볼로브레바에게 그리스의 스콜피오스 섬을 사줬다. 29만9400㎡규모인 이 섬 매입가는 2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사실 이곳은 1963년 ‘선박왕’으로 이름을 날린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소유였다.
하지만 이 유명세는 리볼로프레프 전 회장의 이미지 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 주위에선 오나시스 가(家)의 고향과도 같던 이 섬의 운명이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넘어간 데 곱지 않은 시선이다. 포브스는 그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새 사업을 벌일 계획은 없이 부동산 매입 등에 돈 쓰기를 더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factism@heraldcorp.com
특별취재팀=권남근(팀장)·홍승완·배지숙·성연진·윤현종·민상식·김현일 기자, 염유섭·양영경 인턴기자, 박현구·안훈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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