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금융당국의 ‘령(領)’이 안서는 때가 없는 것 같다. 워낙 금융권에 사건ㆍ사고가 많아 검사시스템을 바꿔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허언(虛言)이 된데다 금융수장이 호언장담했던 다짐도 일처리가 한 달이상 미뤄져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연이어 터진 금융권의 대형 사고에 대한 제재를 지난 6월말 제재심의원회에서 일괄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금감원 직원들은 수장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밤샘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제재심의위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워낙 이해당사자가 많고 소명을 원하는 임ㆍ직원들이 많아 최 원장의 말처럼 신속한 처리가 어려웠다.
특히 KB사태의 경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등 양대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중징계가 통보된 탓에 소명 시간이 다른 사건들보다 길어졌다. 통상 CEO들이 소명을 위해 제재심의위에 출석하면 법률 대리인이 나와 함께 소명을 하기 때문에 직원들에 비해 시간이 배 이상 걸린다. 이에 6월 말 한번의 심의위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던 KB사태에 대한 결론은 빨라야 이달 말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KB사태와 함께 일괄처리키로 했던 대형 금융사건들의 처리가 한 달 이상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카드사 개인정보유출과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안건은 8월로 넘어가게 됐다. KT ENS 사기대출이나 산업은행의 STX 부실지원 등은 휴가철이 지나야 제재가 결정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 CJ그룹의 차명계좌 사건, 신한은행의 고객계좌 불법조회 등도 아직 제재심의위 상정 계획이 미정이다.
국면 전환을 위해 일괄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최 원장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다만 제재 심의과정을 모를턱이 없는 최 원장이 이처럼 무리수를 둠으로써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곧 감독당국의 ‘위신’과 제재결과의 ‘객관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
추상(秋霜)같은 처벌만큼이나 해당 금융인들이 제재결과에 승복하고 반성할 수 있는 정교한 프로세스가 아쉬운 대목이다.신소연 금융투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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