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가를 적어보자!

여기 농구화가 하나 있다. 농구화 앞엔 태극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뽕화’라고도 불린다. 신발 안쪽엔 한글로 ‘서울’, ‘화합과 전진’이라 적혔다. 게다가, 중고품이다. 물론 태그는 달렸지만.

그럼 질문, 이 신발은 얼마일까?

올해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한국에선 88서울올림픽이 열렸고, 마이클 조던은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조던 아이콘’인 덩크슛을 선보였다. 나이키는 이를 기념, 30주년 한정판으로 지난 10일 ‘에어조던3 서울’을 출시했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빨간색으로 태극 문양을 적용했다. 전면엔 태극기와 조던이 있다. ‘서울’은 당시 올림픽을, ‘화합과 전진’은 당시 대회 슬로건이었다. 바로 이 신발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100만원? 바로 산다 에어조던3 서울의 판매가는 23만원선. 하지만, 절대 아무나 살 수 없다. 나이키는 특별판의 특성을 감안, 한정 생산ㆍ판매했고, 오직 한국에서만 판매했다. 전 세계 에어조던 마니아가 한국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 나이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추첨을 통해 구매자를 선정했다. 이미 한정물량은 순식간에 팔렸다. 이제 남은 건 중고품뿐이다.

현재 중고나라엔 120만원에 판매가가 형성돼 있다. ‘나이키매니아’ 카페에서도 120만~130만원선에 판매가가 형성 중. 인기 있는 사이즈의 경우엔 200만원까지도 올랐다. 지난 13일 이 운동화가 110만원에 올라오자 팔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공식 판매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미 중고 거래 가격이 판매가 5배를 뛰어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중고품이다. 조던 마니아 A(38ㆍ회사원) 씨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만약 100만원대에 올라온다면 고민 말고 사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미 그 지인은 100만원에 이 신발을 구매한 상태. 만약 당장 팔아도 30만원 이상 벌 수 있다.

“이미 한정 판매량의 상당수가 해외 구매자로 나갔죠. 판매하는 날 매장에 외국인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한국에 맞춘 특별판이면서 수량 자체도 별로 없으니 아마 계속 가격이 올라갈 거에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중고품이지만 다 같은 중고품이 아니다. 제값 받고 거래하려면 ‘나코탭’이 필수. ‘나이키코리아 태그’의 준말이다. 중고품이지만 실제 신지 않는, 사실상 새 제품이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공홈’이란 말도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준말. 공홈이 중요한 건 한정판 모델을 판매할 때 ‘공홈’을 통해 구매자를 추첨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 혹은, 특정 시간에 ‘공홈’에서 선착순으로 구매자를 모집한다. 혈투다.

“오전 10시에 모집을 오픈했는데, 마감까지 한 10초 정도 걸렸을까요? 서버도 다운됐죠. 회사에서 사람들 몰래 클릭하는데 조마조마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성공했을 때, 회사인 줄 모르고 소리지를 뻔 했어요.(에어조던1브레드토 구매자 B씨, 38)”

물론, 온라인에서만 파는 건 아니다. 하지만, A씨나 B씨와 같은 회사원에게 ‘캠핑’은 언감생심. ‘캠핑’은 마니아 사이에서 ‘매장 앞 구매 대기’를 의미한다. 1박2일은 물론, 2박3일 등의 장박도 불사한다. “운 좋게 낮밤 시간대에 달리 일하는 직장인끼리 뭉치면 서로 교대하면서 ‘캠핑하는 경우도 있긴 해요.”

실착러ㆍ리셀러,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다

조던 마니아 사이에선 요즘 ‘실착러’와 ‘리셀러’ 간의 논쟁이 뜨겁다. 실착러는 말 그대로 ‘실제 신발을 착용하는 사람’이고 리셀러는 ‘재판매(리셀, re-sell)를 목적으로 신발을 구매하는 사람’이다. 물론, 수집 목적으로 신발을 구매하는 경우도 ‘실착러’다. ‘리셀러’는 오로지 재테크를 위해 신발 구매에 뛰어드는 경우다.

실착러 입장에선 리셀러 때문에 신발 값이 비상식적으로 상승한다고 불만이다. 일종의 ‘암표상’과 같은 존재란 것이다. 정말 조던 시리즈를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진짜 마니아’들이 정작 신발을 갖지 못하는 기현상을 문제 제기한다. 리셀러는 그들 나름대로 당당하다. 시계, 옷, 가방, 레고, 건담 등 이미 ‘한정판 재테크’는 새로운 투자패턴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이다.

실착러들은 리셀러에 조언한다. 나이키 한정판 모델 ‘하이퍼어댑트’의 사례를 꼭 기억하라고. 이 한정판 모델은 ‘미래의 운동화’란 콘셉트로 출시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신발을 신으면 자동으로 끈을 조여준다. 한정 생산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중고물품이 올라와도 구매하는 사람이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판매가 자체가 워낙 비싸다보니 중고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조던시리즈엔 줄 서서 구매하는 마니아들이 정작 미래형 운동화엔 시큰둥한 탓도 있다. 리셀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실착러가 돼야 했다.

살 때도 팔 때도 신중

리셀에 실패할 때에도 결국 그 책임은 리셀러의 몫이다. 또, 리셀 자체가 개인 거래 위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구매자 역시 신중해야 한다. “리셀이 개인 대 개인의 거래를 너머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지만, 기업이 아닌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보증이나 환불 관련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