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가들 분석 들어보니…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면제 협상 결과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협박성 거래’를 받아들인 선례를 남겼다고 평했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는 줄곧 수비하기에 급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차 협상까지 하고서도 여전히 안갯속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과 달리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이라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우리의 레드라인인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지금 공개된 내용만으로 평가했을 때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같다”면서 “철강 관세는 아예 영구 면제라면 좋겠지만 미국 철강업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고, 25% 관세보다야 쿼터가 낫다”고 평했다. 제 차장은 이어 “한미 FTA와 철강 협상이 엮여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두 개가 엮이면서 빨리 해결됐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방했다”며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부과 등을 열어주지 않았고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자국 픽업트럭 관세연장에 우리가 합의해 준 것도 협상에서 잘 활용한 것 같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다만 “미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안전·환경 규제 완화 쿼터를 두 배로 크게 열었기 때문에 이게 단초가 돼서 더 큰 것을 요구하거나 환경·안전 기준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전공)은 “철강 쿼터는 국내 업체들 수출에 상당한 제약이 되므로, 적용되는 시점이 언제까지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철강 관세를 피하고자 우리가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은 FTA라는 게 한번 만들어놓으면 고치기 어려운 만큼 자동차 업계에 앞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철강 하나만 놓고도 이런 협상을 했다면 앞으로 선박, 항공기,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 통상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번에 나쁜 선례를 만들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퀵윈(Quick-Win)이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경우, 우리 농축산 단체와 국회 등에서 거세게 반대할 것을 예상하고 속전속결 타결이 힘들다고 판단해 제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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