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심사권 유지”에 반발 美·英 체포 95% 영장없이 집행 “구속수사 기한 축소”가 경찰 입장 “OECD 10개국만 자치경찰” 반박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발언과 관련해 경찰이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면서 수사권에 대한 어떤 권한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총장은 이날 “민주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경찰만 구속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선 검찰이 영장심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피의자의 체포 기한이 48시간인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최장 10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경찰 제도가 인권침해적일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한 경감급 경찰은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 경찰의 구속 제도가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적인 운용방식을 따지면 우리나라 경찰이 외국보다 인권침해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와 영국에선 법률상 ‘구속’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의자를 체포하는 행위가 곧 구속으로 이어지는데 체포는 경찰만이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거지 내에서 벌어지는 체포나 압수수색 시에만 영장이 필요할 뿐 대부분의 경우 영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장없이 집행되는 체포가 95%에 달한다. 또한 두 국가 모두 피의자가 체포된 후 48시간이내 검찰이 아닌 법원이 구금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의 구금 여부 결정 전까진 경찰의 판단력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법률상 제한 없이 구금이 가능하고 영국은 최장 182일까지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
경찰은 또 지속적으로 구속수사 기한을 축소하자고 주장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경정급 간부는 “경찰이 예전부터 구속수사의 기한을 48시간으로 줄이자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무시한 것은 검찰”이라며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왜 경찰이 계속 요구해왔던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경찰이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구속영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구속수사 기한을 축소하자고 주장했으나 검찰 측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경찰위원회가 지난해 9월 수사기관의 구속 폐지과 법원 구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이 “현대화된 국가 중 한국처럼 중앙집권적인 경찰 제도를 가진 나라는 없다”고 말한 발언에 대해서도 경찰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OECD 30개국 가운데 12개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 국가경찰이고, 10개국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함께 있다”며 “만약 문 총장이 요구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을 해체하는 수준을 뜻한다면 경찰은 물론, 검찰도 자치검찰이 돼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경찰은 이번 문 총장의 발언이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청의 고위 간부는 “문 총장이 지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느냐”며 “인권보호를 그렇게 강조하는 검찰이 왜 자신들의 권한을 내려놓을 생각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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