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전쟁ㆍ북핵 폐기 논의 속 미ㆍ중 영향력 확대 노력 - 트럼프, 한미 FTA 연계하며 리비아식 핵폐기 압박 - 시진핑, 사드보복 철회ㆍ미세먼지 협력 선물로 공조

[헤럴드경제] 북한 핵폐기 방식을 둘러싼 한국과 북한, 미국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운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는 미국과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의 태도에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렛대로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사드보복 철회, 미세먼지 완화라는 선물을 바탕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북학 핵폐기 방식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면서 문 정부를 향한 미국과 중국의 공조 강화 방식이 압박과 선물이라는 엇갈리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 시간)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FTA 개정 협상에 대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한미 간의 위대한 협상이 이뤄졌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아마도 잠시 그 합의를 연기할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학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한국에 보낸 것이라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NYT는 30일 ‘대북 지렛대가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한국을 겨냥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는 ‘리비아 모델’의 신속한 핵 프로그램 해체를 선호한다면서 “한국이 리비아식 모델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의 편을 들 경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해법과 관련해 과거부터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강조했고, 이후 청와대의 북해 해법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28일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에서는 북핵문제를 일괄타결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급하는 등 미묘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가 25년째인데 TV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타결을 선언하면 비핵화가 끝나는게 아니다”며, “검증과 핵폐기 과정은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운전자 역할을 해야하는 청와대에서 북핵 해결 방식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자 ‘선 핵포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문제 해결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구를 던진 것이지 않냐는 해석이다.

이와 달리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남한과 북한과 공조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0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몇가지 선물을 안겼다. 한중간 최대 현안인 사드보복 조치의 전격적인 철회와 중국발 미세먼지 완화를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의 경우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적 정상화를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미세먼지 문제 역시 양국 정상은 한중 환경협력센터 출범에 합의했지만,실무협의에서 중국은 계속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무 차원에서 지지부진하던 두가지 문제에 대해 양제츠 위원이 “중국은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한다. 관련된 사항은 이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속전속결식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이어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국 압박까지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을 미리 우군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자도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한국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 의사를 밝히자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이나 김 위원장 방중 종료 하루 만에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명분 삼아 양 위원을 특사로 파견해 한ㆍ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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