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측 “사업부진에 대표 교체” 고소인 “고의로 회사 망가뜨려”

세계적인 희토류 전문가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운 벤처기업을 일진그룹이 탈취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대리 나찬기 조사1부장)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비즈맥 김유철 전 대표를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피고소인으로 중앙지검에 기술탈취와 관련, 고소했다.

검찰은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사기 및 배임 혐의로 허 회장과 허 대표 및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일진그룹은 재계 순위 50위권의 중견그룹이다.

지난 1월 19일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9일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대표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론플랑, 몰리코프, AMR 등 글로벌 희토류 기업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다. 2010년 비즈맥을 창업, 수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2번째로 희토류본드 파우더를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희토류본드 파우더는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PC 등의 모터에 사용되는 첨단 자석재료다. 김 전 대표가 양산에 성공한 희토류본드 파우더는 기존의 중국산보다 10%정도 가격이 저렴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업체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2014년 10월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은 차남 허재명 대표와 함께 비즈맥 안성공장을 방문했다. 허 회장은 일진그룹이 투자를 할 테니 다른 곳에서 절대 투자를 받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진그룹의 제안으로 2014년 11월 김 전 대표는 일진그룹과 손잡고 합작사 ‘일진IRM’을 설립했다. 일진그룹이 51%, 김 전 대표가 49%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은 일진그룹이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곧이어 양측은 유상증자 시기·제3자 투자방식·영업문제 등으로 충돌했다. 1년을 채 넘기지 못한 2015년 7월 김 전 대표는 일진IRM 공동대표에서 해임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일진IRM이 보유한 생산기계와 기술이 차남 허재명 씨가 대표로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로 넘어갔다. 비즈맥의 태국공장에 설정해둔 10억원 상당의 채무와 이와 관련된 질권을 이유로 삼았다. 김 전 대표는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내용증명을 통해 허 회장에게 경과를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김 전 대표는 서울서부지검에 진정을 넣었고, 서부지검은 “질권 실행이 계약에 따라 적법하다는 피진정인(일진) 주장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측 소송대리인은 “일진 쪽에서는 계약서를 만들어 놓고, 그 틀에 맞춰 회사를 뺏어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일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계약서에 따라 사업이 부진하고 경영상 마찰이 생겨 김 전 대표를 내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진IRM의)적자가 누적돼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서울서부지검에서 진정사건이 무혐의 결과가 나왔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