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방식, 대통령 고유 권한 -효율성ㆍ중대성(공공성)ㆍ기밀성, 3大 핵심요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청와대가 직접 국정현안을 쥐어잡고 관리에 나서면서 각 주무부처와의 조율을 놓고 잡음이 나고 있다. 최근 외교ㆍ안보ㆍ법무부에서는 청와대에서 관련 현안을 직접 관리하면서 ‘패싱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개헌안 공개과정에서는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대국민 설명보고를 가져 ‘국무회의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직접적인 국정운영이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정부조직법 제 11조 1항은 대통령이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ㆍ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1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주무부처를 ‘패싱’하고 정책결정을 내리는 행위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지적은 법리상 맞지 않다.

핵심은 청와대의 ‘패싱’이 타당했느냐다. 일반적으로 주무부처를 건너뛴 대통령의 결정이 국익과 부합할 때 우리는 그 결정이 ‘타당성’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이 타당성은 사안의 공공성과 중대성(공공성), 기밀성이라는 3대 요소에 따라 가늠되곤 한다. 그리고 타당성을 확보한 청와대의 정책결정은 주로 민감현안으로 꼽히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뤄지곤 했다.

대표적인 예로 문재인 정부의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관련 협의와 박근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로 인해 깊어진 한중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중국으로 파견했다. 중국 정치구조 특성상 기밀유지가 긴요하고, 외교부보다는 정치적 결정력이 높은 청와대 소속 인사가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른바 ‘3불(不) 합의’ 논란이 일었지만, 우리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과 역내 강대국인 중국 사이에서 안보문제를 풀어내야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의 파견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부 합의는 청와대의 독식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었던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위안부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야 한다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치 쇼타로 일본 외교안보국장과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을 지난해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결과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만 따지고 봤을 때 청와대나 국정원 주도로 협의가 이뤄질 필요성은 있었지만, 위안부 합의를 ‘서두를’ 명분은 부족했다. 일부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는 합의 발표 직후 피해자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피해자중심주의’가 반영되지 않은 합의 결과에 국민들도 분노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권이든 주무부처 ‘패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관료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그리고 국익에 따라 청와대 자체적으로 국정현안을 관리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과 청와대가 짊어져야 하기만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직 관료도 “특정 관료조직 악습이나 잘못된 관행이 고착화돼 보다 높은 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하거나 중대 외교안보 사안을 기민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대통령이 자체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도 미중 관계 정상화라는 중대사안을 풀기 위해 국무부 인사가 아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썼다”고 했다. 이 관료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한 ‘책임 총리제’가 추진된다고 해도 중대현안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지배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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