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통상갈등이 기술, 지식재산권, 기업인수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위험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이 발단이다. 300억달러에 달하는 철강 수입액 중 중국산은 2.2%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이 국가보조로 과잉생산과 제품원가를 낮추어 저가수출과 글로벌 교역질서를 왜곡시킨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지난 3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1300개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중국이 육성하는 산업로봇, 전기차, 항공우주 등 10대 핵심 업종이 망라되어 있다. 4일 중국의 대응조치가 나왔다.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이 포함되었다. 중국은 미국 대두 생산량의 1/3을 수입한다. 자동차의 對中 수출은 100억달러에 달한다.
통상 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치 멕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규모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 보좌관은 “대화로는 중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바꾸지 못할 것” 이라고 역설한다. 양국 갈등 이면에는 시진핑의 ‘중국몽’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이 존재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관세부과 결정은 협상과 막후 대화 과정의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무역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기를 선호하지만 미국의 향후 행보를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우려스런 징후에도 불구하고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로 두 나라는 북핵 협상 등 상호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상호 경쟁적이면서도 협력적일 수밖에 없다. 양국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이성적 판단을 하는 한 대결이 불가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는 핵심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근로계층에게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보여줄 정치적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서부의 농촌주가 중국 보복조치의 최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아이오와는 미국 최대의 돼지 생산 주인데 중국의 보복 관세로 지역경제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다. 인디애너, 노스캐롤라이나도 비슷한 처지다. 자칫 지역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전면적 통상전쟁은 치명적인 정치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전면적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40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압력도 커진다. 보잉, 애플, 제너럴 일렉트릭 등 주력 제조업과 농산물 수출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 등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온 미국 증시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연출하는 것은 시장의 엄중한 경고다.
정보기술, 지식재산권, 기업 인수합병을 둘러싼 샅바 싸움도 녹록치 않다. 5세대 무선통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퀄컴에 대한 브로드컴 인수 불허는 정보기술의 중국 이전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를 잘 보여준다. 5세대 기술개발을 추진중인 화웨이는 1450개 특허 중 10%를 보유하는 경쟁자다. 무역대표부 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연간 5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워싱턴의 인내가 한계가 이르렀다. ‘사이버 탈취’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존 코닌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투자심의위(CFIUS) 강화법안 제정 움직임은 강도 높은 견제구다. 합작 투자와 소수자본 투자 규제, 핵심기술 개념 정립 등이 포함돼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1조 1700억달러 보유하는 최대 채권국이며 농산물 수출의 주요시장이다. 핵심은 2017년 아시아 소사이어티 보고서에 제시된 바처럼 “미중 관계는 미국기업에 불리한 불균형적인 관계 즉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출구가 없다. 트럼프는 관세 조치가 곤경에 처한 미 러스트벨트를 보호할 최상의 수단이라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싸우되 헤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미ㆍ중 경제전쟁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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