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입주기간 연장요청 쇄도 역전세난 심화에 잔금마련 비상
내년까지 7만3000가구 입주예정 물량증가에 거래절벽까지 이중고 미입주 심화땐 ‘깡통전세’ 우려도
입주 시점이 다가온 서울의 신축 아파트에 입주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계약자들의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잔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거나,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기존에 살던 집을 팔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준공한 서울 성동구의 A 재개발 아파트는 입주 지정 기간을 당초 2월 말~4월 말에서 최근 5월 말까지로 1개월 연장했다. 조합원 이주비, 중도금 대출금의 납부 기한도 5월 말까지로 늘어나 아직 자금 마련을 못한 조합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입주율은 70% 수준이다.
인근 H공인중개사는 “성수기도 지나서 세입자 구하기 더 힘들어지니까 집주인들이 잔금을 못내는 상황이 됐다. 전세가를 많이 낮춰도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현재 전세가는 59㎡가 5억원대 초반, 84㎡가 6억원 언저리다. 올해 초 전세가에 비해 1억원 정도가 내렸다. 주변 지역 시세를 봐도 한국감정원 기준 성동구 아파트의 전세가는 이달 들어 4주 연속 하락 중이다. 서울시 전체의 전세가도 2월 이후 1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5031가구로 지난해보다 28.65% 증가했다. 특히 연말에는 9500여 가구의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많은 3만8000여 가구 입주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작구의 B 재개발 아파트도 최근 입주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이지만 불안한 입주민들이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 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 중”이라며 “아파트 입주 기간이 통상 2개월인데 이곳은 1개월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조정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로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30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5859건으로 지난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의 입주 연기 요청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 때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입주 연기는 미입주 사태의 신호탄 성격이 있으며, 심화될 경우 깡통 전세(집값이 전세가 이하로 떨어지는 것)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입주 물량이 많은 내년까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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