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신창훈 기자] 정부가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을 뒤집었다.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로 연결되고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경로가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제부터 거꾸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계소득을 늘려 기업의 이익을 높이고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세제’를 신설하고 재정과 금융 등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 내용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않겠다”=정부는 최근의 경기부진이 경기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구조적 문제란 ‘성장의 불균형’으로 인한 거시경제 왜곡을 말한다. 특히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간 불균형을 시정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를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 균형’이라고 표현했다.
문제의 근원은 고질적인 ‘내수 침체’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이다. 이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나타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상수지 과다 흑자’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과거 경제 수장들이 경상수지에 대해 이렇게 과격하게 언급한 적은 없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전망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보다 훨씬 큰 5.0%대로 예상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800억 달러에 가까운 규모다. 통상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의 3% 정도로 본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40조7000원 규모의 재정ㆍ금융 지원 패키지는 내수 부양용이다. 이 자금은 주로 서민 주택구입과 임대주택 지원,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등에 쓰인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고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 시장 활성화 대책도 내수 부양 조치다.
‘기업과 가계간 소득 불균형’ 시정을 위한 조치도 새 경제팀 정책의 핵심 포인트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총소득(GDP)의 69%에 달했던 가계소득 비중은 2012년에 62%까지 하락했다. 반면 기업소득은 같은 기간 17%에서 23%로 증가했다.
아직은 설익었지만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근로자의 임금상승, 배당, 투자로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기업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과 가계간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과감한 정책, 실효성은?=새 경제팀은 이번에 새로운 발상과 함께 과감한 정책들을 시도했다. 그만큼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는 그 동안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경기 사이클 상의 문제로만 취급해왔다”며 “새 경제팀이 핵심을 짚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돌려놓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40조원 규모의 재정ㆍ금융 패키지에 허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책금융 지원액만 29조원에 달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금융 지원은 추경처럼 돈을 직접 쓰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라며 “이들 자금이 실제 대출로 연결될지 미지수이고, 다른 곳에서 빌리려 했던 자금을 정책금융으로 조달한다면 순수하게 투자가 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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