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어떤 청원이든 서명 20만 명이 넘으면 답변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례적인 소통에 국민은 간절한 목소리를 키웠다. 그렇게 약 10개월이 지난 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을까? 복합적인 심리가 뒤섞인 이곳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바라는 이곳에서 여전히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 가야할 때다. -편집자주

(사진=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사진=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분노한 네티즌...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요즘 인터넷 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헤드라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 100일이 되던 지난해 8월 출범한 국민소통광장이다. 20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청원 마감 후 한 달 안에 각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책임자가 답변을 해야 하는 원칙이다. 작성된 글의 청원 기간은 30일이다. ■ 청원의 시작점에 ‘개방성’과 ‘신속성’을 더하다청와대 국민청원은 포털 사이트 다음의 ‘다음 아고라’와 유사한 모양새다. 2000년대부터 활발해진 다음 아고라는 사회, 정치, 문화 등 네티즌의 토론 광장을 지향한다. 서명을 통해 특정 사안을 지지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현 사안을 짚고 언급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의 시초다. 다만, 시민의 목소리가 정부 혹은 해당 관계자에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은 다음 아고라보다 국민청원이 높다. 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마련한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은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아이디어를 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모티브로 삼은 정책이다. ‘위 더 피플’은 2011년 9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만들고,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폐쇄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위 더 피플’과 국민청원에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신속성과 직접성이다. 청원기한은 두 제도 모두 30일이지만, 답변 대기기간은 ‘위 더 피플’ 60일과 국민청원 30일로 2배차이다. 필요한 서명 수는 ‘위 더 피플’ 10만 개, 국민청원 20만 개. 더 많은 힘이 요구되지만 보다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답변 형식도 국민청원은 동영상(‘위 더 피플’은 서면)으로 직접적인 소통을 추구한다. 이처럼 빠르고 직접적인 청와대의 소통은 국민청원의 장이 생긴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출범 이후 올라온 글의 개수는 지난 16일 기준 약 18만 6000건을 넘어섰다. 한 달 평균 2만여 건, 하루 평균 680여 건이 올라온 수치다. 그렇다면 이 신속성과 직접성은 어디로부터 올까? 바로 ‘열려 있는 공간’이다. 청와대는 청원 글을 통해 누구나 쉽게, 어떤 주제로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해 개방성을 강조했다. 국민청원은 소셜로그인만 한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과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다룰 수 있는 주제 또한 정치부터 대중문화까지 다양하다. 답변을 받을 수 있는데 필요한 조건은 오로지 20만 명 이상의 ‘공감’이다.

'무한도전'국민의원 편(사진=MBC 제공)
'무한도전'국민의원 편(사진=MBC 제공)

■ 국민의 뜻 보여준 ‘무한도전’이 지니는 의미청와대가 국민청원의 문을 열어 놓은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보다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서다. 이는 다시 말해 국민이 바라는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소통을 원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국민이 바라는 점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진행했던 ‘국민의원 특집’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당시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일반인 패널이 직접 의견을 내도록 했다. 시민의 의견 중에는 유권자 30명 이상이 면담 신청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 토론의 장을 갖자는 ‘국회의원 면담법안’도 있었다. 해당 시민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이 이것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제 뜻을 말한 적이 없다. 의원들이 다들 자기 의견과 맞는 이들의 의견만 소개하는 것 같다”고 발제 이유를 설명했다.‘무한도전’이 ‘국민의원 특집’을 다룬 가치는 비단 대중의 뜻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정부에 원하는 바를 가시적으로 전달한 이례적인 주자가 ‘대중문화’임을 보여준 것 또한 유의미하다.대중문화, 그것도 연예계에서 법적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무한도전’을 통해 모아진 목소리가 국회의원에게 전달이 됐다. 실제로 ‘알바인권법’이 법안심사를 통과하고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어느 정도 진척이 되기도 했다. 이는 대중문화와 사회, 정치면의 유기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대중문화로 뻗힌 ‘국민청원’의 손길대중매체와 정치적인 요소는 멀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듯 현재 국민청원에는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글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폐지, ‘무한도전’ 종영 반대, 드라마 ‘미스트리스’ 수위 조절 등부터 시작해 스티브 연의 욱일기 논란, 한예슬 의료사고, 조재현과 김기덕 등 성추문 연예인까지 다양한 청원이 제기됐다.또 박지훈 번역가 보이콧, 닐로의 음원차트 논란, 김성재와 장자연의 죽음, 도서정가제 폐지 등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업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안까지 올라왔다. 동의 수가 많은 청원으로는 TV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 언론사 세무감사 등 굵직한 건이 다뤄졌다.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은 일상적인 것들까지도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고, 이런 걸 정치권에서도 도외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 볼 수 있다”며 “지금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 삶 속에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쉽게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문화가 정치적인 상황과 유리된 게 아니기에 향후에는 더욱 서로 결부된 사안이나 행동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국민이 바꾸는 세상] ①국민청원이 ‘뜨거운 장’이 되기까지[국민이 바꾸는 세상] ②청와대 국민청원의 현주소 [국민이 바꾸는 세상] ③‘국민청원’ 둘러싼 공감의 이면[국민이 바꾸는 세상] ④청와대 국민청원, ‘내일’을 위한 오늘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