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ㆍ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추진돼 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가 중대기로에 섰다. 과거 물적투자와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반성 아래 ‘J노믹스’가 추진됐지만, 1년 후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성장동력도 살아나지 않으면서 분배와 성장, 특히 소득까지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개인별 소득 통계자료까지 배포하며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 체감도는 매우 낮고 전문가들도 이런 통계의 현실 해석력에 한계가 있다고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과 기업들의 투자ㆍ고용 촉진책 등에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J노믹스’는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을 사람중심 경제로 전환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는 삶의 질을 확보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추진했으나, 일자리가 기대만큼 생기지 않으면서 오히려 급격한 변화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후 처음 조사한 올 1분기 가계소득에서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1년 전보다 8.0% 줄며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9.3% 늘어 양극화도 더 심화됐다.
청와대는 이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근로자가구의 경우 1분위 소득은 0.2%, 2분위는 0.6%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소득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고령층 등이 제외된 것으로 현실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J노믹스’의 첫 단추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추진했지만, 그 혜택이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기 이전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ㆍ중소기업들이 고용축소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고통이 심화된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해 고용유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일자리다.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올들어 10만명대 초반으로, 과거의 절반~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최저임금을 아무리 큰폭으로 올리더라도 이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정책은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추진해온 혁신성장도 실체가 모호한 상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과 혁신창업ㆍ규제개혁 등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가 이미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신흥국들의 위기, 미-중 간 무역전쟁 등 글로벌 여건도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그마나 3%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골든타임’은 이제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와 같은 명분 위주의 경직적 정책운영 방식이 지속될 경우 ‘J노믹스’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 과거 대선공약보다 경제적 수용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투자촉진과 ‘기업의 기(氣) 살리기’ 등 현실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 실상을 솔직하게 알리고 개혁과 고통분담을 위한 국민적 지지와 참여를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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