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1200만명의 동호인이 있다는 국민스포츠 당구. 역설적이지만 프로선수나 전문강사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별로 많지 않다. 아쉬운대로 이론서를 읽으면 모자란 이론 체계를 갖추고 독학을 하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 국내에는 수십 권의 당구 이론서들이 존재한다. 이중에서 읽을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은 치명적인 함정이다.
30년, 심지어 40년은 족히 됐을 일본식 4구 교본을 그냥 들여와 번역해 놓은 책들이 상당수다. 우리식 4구와 종목이 다른 데다 번역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은 몇년 주기로 판형과 겉표지만 바꿔서 다시 시장에 나온다. 이 따위 책들이 도움이 될 턱이 없다. 최근 저자의 이름을 당당히 걸고 나온 일부 3쿠션 전문 이론서들은 상당히 수준 높은 이론을 다루고 있어 환영할 만 하지만 초보에게는 너무 어려운 내용 일색이다.
‘아라의 당구홀릭’(아라, 폴 공저ㆍ글로벌콘텐츠)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당구 초보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돼 주는 놀라운 자습서다. ‘무려’ 총천연색 만화다. 최대한 알기 쉽게, 최대한 재미있게 당구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포맷을 택한 결과다. 만화로 된 당구 자습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다.
이 책의 저자 폴(본명 강성남ㆍ47) 작가는 “20~30년씩 당구를 치면서도 실력이 늘지 않아 당구를 포기하는 이들이 안타까웠다”며 “실력이 늘지 않으니 결국 더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집필 계기를 소개했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글로벌콘텐츠 측에서는 처음엔 이 책을 내는 데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마이너 분야인 당구 자습서를 굳이 공을 많이 들여 만화로 그린다고 하니 출판사로서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서다. 몇달간 출판사를 설득해 간신히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정작 책이 나오자 당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이 불었다. 당구 전문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책 자체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실용성, 읽는 재미를 모두 붙잡은 덕이다. 폴 작가는 “지금은 ‘아라의 당구홀릭’이 이 출판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책 중 하나라고 전해들었다”며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만족스럽지만, 독자들의 반응도 좋아 작가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계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폴 작가는 당구로 치면 동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300점 고수’다. 동네에선 400, 500급 실력이어도 300 점 이상으론 더 점수를 안 올리는 수가 많다. 중대에서 30개를 너끈히 놓고 게임을 즐긴다니 그도 그런 류인 듯 하다. 공저자인 아라(본명 강하나ㆍ24) 작가는 그의 친딸이다. 폴 작가가 주로 이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아라 작가는 그림과 스토리를 맡았다.
만화에는 3등신 귀요미로 변신한 아라 작가가 등장한다. 아라와 동물 친구들인 판다, 염소, 오리, 개 등은 하수고 사자는 개인큐 가방을 들고다니는 고수다. 아라는 ‘삑사리’(큐미스)를 밥먹듯 하고 기본적인 원리도 몰라 엉터리로 공을 치기 일쑤다. 책에서 설명하는 당구의 원리와 스트로크 등 기술을 배우면서 조금씩 하수 티를 벗어가려고 노력중이다.
만화가 이론서를 뺨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 있었떤 건 철저한 현장 체험과 자료 수집 덕이다. 폴 작가는 최근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앞에서 몇달간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수들의 고충’을 수집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100, 200 당구수지는 후하게 놓고 치면서 기초가 심할 만큼 부족해요. 간단한 요령만 알아도 아주 쉽게 칠 수 있는 배치에서 계속 실패하는 초보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에게 일부러 말도 걸고 가르쳐주고 하면서 정보를 모았어요.”
폴 작가의 귀띔에 의하면 ‘아라의 당구홀릭’ 시리즈의 단행본 1,2권이 이미 출간된 가운데 다음 편인 단행본 3권은 이르면 9월말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시기를 구체적으로 잡지는 않았지만 번외편도 준비되고 있다. 그는 “이론이고 원리고 다 떠나서 초보자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완전실전형 기술을 담을 책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은 다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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